연극 '남은 여생의 시련' 연습 장면. 왼쪽부터 배우 양성우(안학구) 권철(원상모) 김정순(김용희). 극단 이그라 제공

'남은 여생의 시련'(인무학 작·최성우 연출)은 러시아 사할린 동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희곡을 쓴 인무학(74) 씨는 사할린 동포다. 모스크바 국립대 교수로 2010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극단 이그라의 대표인 최성우 연출은 러시아 쉐프킨 고등연기대학교를 나와 기치스 종합예술대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는데, 러시아에 있을 때 인 씨와 인연을 맺었다. 최 연출이 한국에 돌아와서 극단을 만든 뒤 연극에 조예가 깊은 인 씨에게 조언을 얻으며 교류하던 중 이 작품을 받게 됐다.

일제시대 강제 이주된 사할린 동포가 영주 귀국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우여곡절을 그린 작품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과 소련의 관계가 호전되면서 영주 귀국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태어난 사람만 영주 귀국이 허용된 것. 8월 16일에 태어난 주인공 원상모는 호적을 위조해 입국하지만 이후 이 사실이 발각되며 위기에 처한다.

이 작품은 극단 이그라가 부산연극제에서 선보인 '우리 역사 바로보기'의 연장선에 있다. 최 연출은 인조의 며느리 세자빈에 대해 그린 '모함'(2013년), 일제 시대 강제 동원을 다룬 '들꽃소리'(2014년), 군대 내 가혹행위를 지적한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2015년)를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는 부산연극제 우수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최 대표는 "잊혀 가는 역사를 관객에게 알리고 싶다. 그들의 아픔을 나누고 역사 속에 기억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장면만은 꼭!='말라꼬'(우유) '자지깔까'(라이터)…우리말 같은 러시아어로 웃음을 자아낸다.

▶4월 9, 10일 오후 6시 부산 동구 범일동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051) 527-0123

※종합티켓(IN 부문 참가작 및 개막 축하 공연 포함 10작품) 5만 원. 문의 부산연극협회 (051) 645-3759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