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싶다면 / 마음대로 하십시오" "핸드폰은 끄거나 진동으로 /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공연 중에 소리를 지르거나 춤을 추시면 / 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넌버벌 댄스뮤지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 중 한 장면. 오는 12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공연한다. 두비컴 제공

지난달 31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만석으로 시작한 영화의전당 기획공연인 넌버벌 댄스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이하 사춤)의 특색은 첫 시작부터 드러났다. 일반 공연장에서 볼 수 없는 반전을 거듭하는 안내가 나오자 객석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사춤은 대사 없이 오로지 춤과 몸짓으로 객석과 호흡한다. 댄스컬(댄스와 뮤지컬의 합성어)이라는 이름 붙였지만, 정통 뮤지컬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난타'가 국악을, '점프'가 무술을 소재로 한 대사 없는 퍼포먼스인 것처럼 사춤은 춤을 소재로 한 퍼포먼스, 축제, 콘서트에 가깝다.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영국 공연 전문가들은 "우리는 책과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사춤은 길거리와 놀이에서 축제를 만들어냈다"며 사춤의 콘셉트를 정확히 분석했다.

연출자 최광일 씨도 "이야기에 집착하지 않고 오직 동적이고 다이나믹한 힘을 최우선으로 뒀다"며 "춤을 추는 일, 춤을 보는 일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에 대한 유쾌한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연의 힘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2004년 처음 선보인 이후 국내 80여 개 도시와 미국 일본 영국 베트남 러시아 등 전 세계 60여 개 도시를 투어했다. 2008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최고 히트작에 선정되고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상하이 엑스포,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2 여수 엑스포 등 세계적인 행사에 한국 대표 공연으로 초청됐다. 지금까지 약 5000여 회 공연에서 관객 200만 명 이상을 동원했다.

이날 공연에서는 탱고, 브레이크 댄스, 마임 등 12가지 춤을 볼 수 있었다. 춤을 이끌어 내는 것은 세 주인공(준, 빈, 선)의 나이다. 준의 부모로 보이는 남녀가 반하고 사랑하는 모습은 탱고와 디스코로, 준이 탄생했을 때는 탭 댄스로, 로봇을 가지고 노는 7세에는 로봇의 브레이크 댄스로, 15세 짓궂은 학생들이 준을 놀리는 모습은 스트리트 댄스와 힙합으로, 19세 일탈은 클럽 춤으로, 20세는 붉은 조명 아래 관능적 춤으로,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주변인에 휘둘리는 준의 내적 갈등은 마임으로 표현하는 등 익살과 관능, 진지함 등 다양한 분위기가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공연이 무르익을수록 무대와 객석의 경계는 점점 흐려졌다. 아이돌을 떠올리게 하는 남녀 춤꾼 10명의 매력 있는 외모와 각자의 개성있는 표정과 손짓에 관객은 매료된 듯했다. 무엇보다 청춘들의 에너지가 춤 동작 하나하나에 묻어나 이들이 군무를 출 때면 감동이 밀려왔다. 오디션으로 선발된 이들은 사춤이 춤계의 사관 학교라는 말이 있을 정도 연습을 많이 한다.

6년째 사춤에서 관객에게 유일하게 말을 거는 감초 역할을 맡은 장동호(32)·김태성(35) 씨는 어떤 관객도 객석에서 일으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들은 "수십 개국을 다니며 굉장히 다양한 형태의 관객을 접해서 당황스러운 자리에서도 어떻게든 무대로 끌어올리는 에너지를 습득한 것 같다 "며 "5년 전 부산에서의 첫 무대처럼 이번에도 부산 시민들과 신나게 놀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12일까지 열린다. 입장료 2만~4만 원. 문의 (051)780-6000

김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