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자국 어민들 조선진출 장려
- 거제 장승포에 조업선 몰려들어
- 야간에도 불 켜놓고 마구 남획
- 1932년엔 어획량 94% 가져가

- 이후 기선건착망 조업 활기 띠며
- 조선 어장 황폐화 수순 밟아
- 자본 열세했던 조선어민도 몰락

	부산어시장 내에서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으로 중매인들은 대부분 일본인이었다. 부산박물관 제공

■조선의 고등어 잡이

정약전(丁若銓, 1758∼1816)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고등어가 밝은 곳을 좋아하고 맑은 물에서 노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하여 흑산도 사람들은 밤에 불을 밝혀 낚시로 고등어를 잡았다고 한다. 서유구(徐有榘, 1764~1845)가 지은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도 낚시로 고등어를 잡는 모습이 소개되어 있다. 이를 살펴보면, 당시 사람들은 고등어 철인 7월에서 10월 사이에 어선 1척에 10명이 함께 타고 각자 낚싯대를 드리워 고등어를 낚았다. 낚싯줄 길이는 10장(丈, 약 3m)이며, 낚시 위 1척(尺, 약 30.3㎝) 되는 곳에 1척의 철봉을 달아 가볍게 뜨지 않게 했다. 눈이 밝고 민첩한 사람은 낚시로 하룻밤 사이에 많은 고등어를 잡았다.

낚시가 발달한 남해안에 비해 동해안에선 자망(刺網)으로 고등어를 잡았다. 자망은 물고기가 오가는 길목에 그물을 쳐놓은 다음 시간이 지나 물고기를 걷어서 잡는 어구이다. 울산 지역에서는 어선 한 척에 망 간격 2촌(寸, 약 3.03㎝) 5푼(分, 약 3㎜)에 길이 3심(尋, 약 242㎝)인 자망을 400~500심 가량 실어 20리(里) 밖 바다에까지 나가 고등어를 잡았다. 함경도 원산에서도 자망으로 고등어를 낚았는데, 어선 여러 척이 선단을 이루어 작업한 점이 울산과 다르다. 그런가 하면 강원도와 제주도 근해에선 후릿그물로 고등어를 잡았다. 연안 가까이 그물을 쳐 놓은 뒤 고등어가 몰려 와 그물에 갇힐 때를 기다려 육지로 끌어 올리는 어법(漁法)이다.

■일제에 빼앗긴 고등어 어장

	조영석-고기잡이 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883년 조일통상장정(朝日通商章程)이 체결되자 쓰시마 근해에서 고등어 조업을 하던 일본 어민들이 부산과 거제도를 중심으로 한 남해안 어장에 합법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1890년대 말 일본 어민들은 어선 70~80척으로 남해안 어장에 출어해 야간에 불을 밝혀 놓고 적게는 2000마리에서 많게는 5000마리까지 고등어를 잡아서 돌아갔다.

1900년 이후 일본 정부가 자국 어민들의 조선 진출을 장려하면서 조선 연안에는 이들의 이주 어촌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거제도 장승포도 그 중 하나였다. 특히, 이곳은 고등어 어장으로 유명했다. 이곳 이주 어촌의 감독자로 온 오타타네지로(太田種次郞)는 부산을 근거지로 활동하며 한때(1924년) 조선수산협회장을 지내기도 한 거부 카시이켄타로(香椎源太郞)의 자금 지원을 받아 고등어 건착망(巾着網) 시험에 들어가 1910년 성공했다. 건착망은 주머니 모양의 네모꼴 그물로, 조임줄이 있어 고등어가 그물에 들면 줄을 조여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한다.

건착망 시험이 성공하자 장승포는 많은 고등어 조업선들이 몰려드는 고등어 어업의 근거지로 변모했다. 하지만 채 10년이 지나기 전에 포화 상태를 맞고 말았다. 이에, 고등어 어민들은 울산의 방어진과 같은 더 넓은 어장을 찾아 조선의 어장을 더욱 잠식해 들어갔다.

일본 어민들의 조선 어장 침탈이 증가하면서 조선 어민들의 고등어 어획량은 점점 더 감소했다. 특히, 1924년 무렵 어선 동력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부터는 감소세가 더욱 뚜렷해졌다. 조선총독부 통계 자료를 보면 1911년에 44%-56%였던 조선 어민과 일본 어민의 고등어 어획량은 1932년에 오면 6%-94%로 큰 격차를 보였다.

■어장을 황폐화시킨 기선건착망

1924년 무렵부터 어선 동력화가 진행되면서 기선에 건착망을 싣고 고등어를 잡는, 고등어 기선건착망(機船巾着網) 조업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1930년대에는 기선건착망 조업이 대표적 고등어 조어법으로 자리 잡았다. 1939년 7월 5일자 동아일보는 "약 5년 전부터 기선건착망 어업이 다시 일어나 한 번 투망(投網)에 40만 마리를 어획할 수 있는 중요 어업으로 자리 잡게 되어 정어리 기선건착망, 명태 기선저예망(機船底曳網)과 함께 현재 조선 3대 어구로 되고 말았다"고 이같은 사실을 전했다.

고등어 기선건착망 조업은 2척의 기선이 고등어 어군을 건착망으로 둘러싼 뒤 잡아 올리는 방식인데, 1939년 7월 6일자 동아일보에 그 내용이 비교적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기선건착망은 동해에서 유명한 정어리 기선건착망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정어리는 어군이 농후(濃厚)한 관계로 대개 1척이 끄는 데 반해 고등어 기선건착망은 모두 2척이 끈다. 고등어 어군은 정어리 어군에 비하여 군유(群遊)하는 세력도 그다지 크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군유의 속력이 정어리 무리보다 빠른 관계로 무변대해(無邊大海)에서 건착망 어선의 어견인(魚見人)이 일차 고등어 어군을 발견할 때에는 빠르게 건착망으로 그 어군을 둘러싼 후 어획하는 법인데, 어군을 둘러쌀 때는 될 수 있는 대로 빠르게 하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하는 예가 적지 않다고 하므로 기선 1척이 그물을 둘러치는 것보다 2척이 동일한 지점에서 출발하여 둘러치는 것이 시간적으로나 노력상으로 보아 대단히 유리하다. 따라서 고등어 건착망 어업은 모두 2척이 끄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고등어 기선건착망 조업이 활기를 띠면서 어획량은 크게 증가했다. 고등어 어획량은 1911년 1만3500t, 1921년 5만5000t에서 1932년에는 10만3612t까지 급격하게 증가했다. 1938년 고등어 어획량은 최고치 약 130만 마리, 최저치 20만 마리로 평균 62만 6760마리였으며, 금액으로는 3만4142원이었다. 기선건착망 조업 시 한 번 투망으로 잡은 고등어는 대어(大漁)일 때를 기준으로 평균 10만 마리였고 최고일 때는 40만 마리에 달하기도 했다.

기선건착망 조업으로 잡은 고등어 양은 전체 고등어 어획량의 50% 이상을 상회했다. 그리고 이들 중 90% 이상이 일본 시모노세키로 수출됐됐다. 이외 어구로 잡은 고등어는 대부분 조선 내에서 생선으로 판매되거나 염장하여 농촌이나 산촌으로 반출됐다. 일부는 통조림을 만들어 구미(歐美)로 수출했으며, 고등어 간장(肝臟)은 비타민 제조 원료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증가하기도 했다.

기선건착망 조업이 도입되면서 조선의 고등어 어장은 황폐화하기 시작했다. 이익을 좇아 고등어를 남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얻은 이익마저도 조선 어민은 누리기가 어려웠다. 기선건착망 조업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자본이 필요했다. 1930년대 후반 기준으로 기선건착망 조업에는 선대(船代) 5만 원, 망대(網代) 1만3000원, 유대(油代)·얼음·급식비·선원 45인의 인건비 등이 포함된 경영비 4만~4만5000원이 들어갔다. 여기에 운반선까지 자영하게 되면 1척 당 2만 원, 총 2척 4만 원의 경비가 더 소요됐다. 이처럼 고등어 기선건착망 조업에는 많은 자금이 들어갔으므로 일제의 지원을 받은 일본 어민들에 비해 자본이 열세였던 조선 어민들은 쉽사리 시작하기 어려웠다.

고등어 기선건착망 조업은 조선총독부 허가를 받아 결성된 어업조합이 주도했다. 어업조합 사무소는 부산에 있었다. 1939년 당시 기선건착망 조업 허가 건수는 86통(統)이었다. 대부분 일본인이 경영했는데, 그 중에서도 임겸상점(林兼商店)이 86통 중 16통을 경영해 그 규모가 가장 컸다. 조선인 경영자로는 성석구(成錫龜)와 추복수(秋福守)가 각각 신승환(新勝丸), 경명환(景明丸) 각 1통씩, 총 2통만을 경영하는데 그쳤을 뿐이었다.

일본제국주의 침탈에 따른 고통은 우리 민족에게만 미치지는 않았다. 우리 바다를 힘차게 가로지르던 고등어도 일제에 의해 마구잡이로 잡혀 일본으로 끌려가고 씨가 마르는 아픔을 겪었다. 고등어에 '국민 생선'이란 애칭이 붙은 것은 이렇게 우리 민족과 식민 지배의 애환을 함께 나눈 탓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 지역별 고등어잡이 방식 남해안 낚시. 어선 1척에 10명 함께 타고 나가 낚음 동해안 자망. 물고기 오가는 길목에 그물 쳐놓고 잡음 함경도 자망 방식이지만 어선 여러척이 선단 이룸 강원·제주도 후릿그물. 연안 가까이 그물 쳐 놓은뒤 기다렸다 육지로 끌어올림 →1910년 일본 '건착망' 조업 성공 주머니 모양의 네모꼴 그물인 '건착망'으로 조임줄이 있어 고등어가 그물에 들면 줄을 조여 빠져나가지 못하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