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야 할 때를 알고 떠나는 뒷모습은 아름답다."

참 멋진 말이기도 하고. '쉽고도 어려운 말'이기도 하다. 가끔 이런 멋진 말을 실천하는 멋있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정치를 하던 자리에서든, 한 종교의 수장 자리에서든 겸허히 그 자리를 내려와 떠나는 뒷모습을 볼 때면 오래도록 아름다운 장면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곤 했다.

사찰 앞에 서 있는 하마비. 마음을 비우고 말에서 내려야 할 곳을 알려준다.

그런 이들이라면 그 자리에 계속 있었어도 향기를 나누어 주면서 살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노력해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어느 위치에 오르기까지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오르게 된 자리에서 "오를 때 최선을 다했기에 내려올 때도 미련 없이 내려온다"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분명 아니다.

자신이 아니면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자리나 일을 지켜내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라고 더욱 집착하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집착은 결코 아름답지 못한데도, 자신이 아니면 이룰 수 없을 것이라 착각 아닌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한번 맛본 권력의 끈을 놓지 못해 그 끈을 더욱 세게 잡으려는 마음에 그 끈을 놓게 만들려는 또 다른 세력들을 견제하고자 결코 아름답지 못한 일을 만들고 실행하는 악순환이 그런 착각의 뒤를 잇고는 한다. 권력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권력을 유지하면서 갖게 되는 부수의 것들이 더욱 맛있기에 그럴 것이다.

그런데 그 꿀맛을 과감하게 놓아버리는 마음을 낼 수 있다는 것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노력했을 때보다 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부라 알고 있던 지금까지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물론 힘들겠지만, 누구라도 그런 시간은 피할 수 없다. 그런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평생을 놓고 보았을때 한 자리에 한 역할로 오래 머문다는 것은 정체된다는 의미와도 같을 것이다. 새로운 사람이 뒤를 이으면서 흐를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의 물길을 막는 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 한 지점에 이르렀을 때, 어렵지만 떠나보는 것이다. 그 자리를 떠나서 그 자리에 있었던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어쩌면 그 자리에 있을 때는 볼 수 없었던 진정한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조금은, 아니 많이 힘들 수도 있다. 그 지켜왔던 자리를 털고 새로운 곳으로 나아간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불안감은 더할지도 모른다. 그럴 때 놓아 보는 것은 어떨까? 놓지 못할 것 같은 미련을 놓고 뗄 수 없을 것 같은 집착을 던져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세상에서 자신을 겸허히 바라보는 것이다.

더 커져 있는 자신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때로는 낯선 거리에서 때로는 지금까지 전혀 경험 하지 못한 이질감 섞인 사람들과의 부조화 속에서 앞으로 완전히 살아내야 할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떠나보는 게 어떨까?

관념과 타성에 젖어 진정한 나로 살아가지 못하는 지금 말이다.

대운사 주지·복합문화공간 쿠무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