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사 40주년 한길사 프로젝트 하나
- '사상의 형성' '생각과 실천' 등 3권에
- 방대한 전집·저작집 망라해 정리

올해 창사 40주년을 맞은 한길사(대표 김언호)가 이를 기념하는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함석헌 사상 깊이 읽기를 펴냈다.

인문학과 예술 분야의 책을 주로 만들면서 회사 이름 그대로 40년 출판 한길을 걸어온 한길사는 이미 스무 권짜리 '함석헌 전집'과 서른 권짜리 '함석헌 저작집'을 펴낸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세 권짜리 '함석헌 사상 깊이 읽기'를 내놓았다.

이쯤 되면 한길사가 사상가 함석헌(1901~1989)의 삶과 사상을 무척 중요하게 여기며, 함석헌 사상이 한국과 세계에 도움이 크게 되리라고 여긴다는 인상을 자연스럽게 받게 된다. 이런 인상을 갖고 책장을 펼쳐보았다.

"사회악과 싸우기 위해 우리가 겨누어야 할 목표는 둘이다. 하나님과 민중. 둘이 하나다. 하나님이 머리라면 그의 발은 민중에 와 있다. 거룩한 하나님의 발이 땅을 디디고 흙이 묻은 것, 그것이 곧 민중이다. 그 민중을 더럽다 하고, 학대하는 자는 하나님을 업신여기고 아프게 하는 자다.…그러므로 하나님을 섬기는 종교요 나라일수록 민중을 위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 섬김은 민중 섬김에 있다. 가장 높음이 가장 낮음에, 가장 거룩함이 가장 속됨에, 가장 큼이 가장 작음에 와 있다."(제3권 씨알·생명·평화 16쪽)

"…예수께서 마지막 가르침을 주실 때 발을 씻음으로 하시며, 베드로가 온몸 씻어달라는 청에 대해 이미 목욕한 자는 발만 씻으면 된다고 하신 것은 이 이치를 가르치신 것이다. 발을 씻음은 민중을 씻음이다. 절대 거룩한 하나님, 그에게는 문제가 있을 것 없고, 더러워진 발인 민중을 깨끗이 하면 된다. 그래서 '내 형제 중에서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 하신 것이다."(같은 책 17쪽)

책 곳곳에서, 순서 없이 펼치는 쪽마다에서 함석헌 사상의 넘치는 생기(生氣)와 깊이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놀라운 점이다. 이 책을 지은 인하대 철학과 김영호 명예교수는 머리말에서 이렇게 썼다.

"그(함석헌)만큼 20세기 한국 지성사와 사회사에서 획기적이고 독창적인 주제를 제시, 전개한 인물도 드물다. 사상의 독창성, 범주, 문제성 등 종합적으로 정점에 자리매김할 만하다.…함석헌의 사상은 책이나 상아탑에서 나온 지식의 뭉치가 아니라 민족공동체의 역사와 현실을 일차자료로 삼아 분석하고 사유하면서 생명의 보전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산물이지만 단순히 민족사회만 아니라 인류사회 전체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함석헌 사상 깊이 읽기'를 펴낸 뜻은 사실 머리말의 이 대목에 집약돼 있다. 저자는 함석헌의 방대한 저작에서 '알짬'을 망라하고 간추려 제1권 사상의 형성, 제2권 생각과 실천, 제3권 씨알·생명·평화에 나누어 담았다. 이 책 3권이면 함석헌 사상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함석헌의 사상은 활달하고 생명력이 넘친다는 점, 관념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과 삶으로 이어졌다는 점, 깊은 사유로 공동체와 세계가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지금, 여기'에 꼭 필요한 사상이라고 저자와 출판사는 말한다. 조봉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