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총관객 16만5149명
- 보이콧·태풍 등 악재 여파

- 국내외 영화인 애정 재확인
- 신작 없는 거장들도 찾아
- 20년 구축한 네트워크 과시
- E-IP 마켓은 괄목한 성장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관객이 제16회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2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태풍, 영화인 보이콧 등 3재(災)를 뚫고 무사히 행사를 치렀다는 안도감보다 보이콧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관객의 활기가 넘치는 영화제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큰 숙제가 남았다.

	지난 15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폐막식에서 올해 뉴커런츠상 수상자 장치우, 왕수에보 감독, 김동호 이사장, 강수연 집행위원장(앞줄 왼쪽부터)이 무대에 나란히 섰다. 김성효 기자

■10년 전으로 돌아간 관객 수

지난 15일 오전 동서대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폐막 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제21회 BIFF의 총관객이 16만5149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22만7377명)에 비하면 6만2000여 명, 약 27% 줄어든 수치다. 10년 전인 2006년 제11회 16만2835명 이후 최저 관객 수이기도 하다.

BIFF 측은 "영화제 기간 극장 좌석 수가 3만 석, 상영 횟수는 65회 감소하고 태풍 '차바'로 해운대 비프빌리지가 문을 닫아 유동 인구 유입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부정청탁금지법으로 전반적으로 조심스럽고 위축된 분위기도 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이유는 '다이빙벨 사태'로 인한 국내 영화인들의 보이콧 영향으로 해석된다. 개·폐막식은 물론 오픈토크, 야외무대인사, 관객과의 대화(GV) 등에서 국내 감독·배우의 참여가 예년보다 확연히 줄었다. 축제 분위기가 나지 않으니 관객의 발길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제22회 BIFF까지는 1년이 남았지만, 보이콧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은 바로 시작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와 BIFF, 한국 영화계 3자가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밖엔 다른 대안이 없다.

■영화인들 변함없는 지지

크게 줄어든 관객 수에도 다음 BIFF를 기대할 수 있는 건 국내외 영화인들의 BIFF에 대한 애정과 지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거장 허우 샤오시엔(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일본), 이창동(한국) 감독은 신작이 없음에도 BIFF를 지지하기 위해 올해 특별대담에 참석했다.

일본영화 '분노'의 감독 이상일과 배우 와타나베 켄, 베로 바이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배우 김의성 등 수많은 국내외 영화인은 발언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어려움을 뚫고 영화제를 개최한 BIFF에 고마움을 표했고, BIFF가 지속되기를 바랐다. BIFF가 지난 20년간 아시아 영화계에 구축한 단단한 네트워크의 힘이 BIFF의 저력이며, 나아가야 할 길임을 보여준 영화제였다.

■가능성 본 아시아필름마켓

올해 아시아필름마켓 참가 업체와 마켓 배지 발급자는 전년도에 비해 감소했다. 하지만 한국 세일즈 업체는 지난해 대비 계약건수 및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내실을 챙겼다. 특히 BIFF가 아시아에서 선도적으로 시작해 올해 2회를 맞은 E-IP(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 마켓의 성장이 주목할 만하다.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은 "중국 영화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어 필름마켓은 그쪽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다. 홍콩 마켓의 부스도 엄청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BIFF가 시작한 E-IP 마켓을 아시아 다른 도시가 다 따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 구체적인 성과가 나왔다. 마켓의 방향을 잘 잡았다"고 평가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