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소한 일상 작은 기쁨 이야기

'혼밥' '혼술'의 시대다. 누군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사회문제로 바라보겠지만, 누군가는 혼자만의 시간을 또 다른 가치로 만들어 낸다.

김한나 작가의 '생각의 성장'. 가나아트부산 제공

휴대전화도 없을 만큼 세상과 조금은 단절된 채 가상인지 실제인지 모를 절친 '토끼'와 함께 꾸준히 작업하는 김한나(37) 작가. 그가 혼자만의 시간에서 '미세한 기쁨'을 찾아 자신과 우리를 격려한다. 김 작가는 가나아트부산(부산 해운대구 노보텔앰버서더 4층)에서 오는 14일까지 '미세한 기쁨의 격려' 전을 연다. 부산대 미대 출신으로 전국구 스타가 된 김 작가는 2005년부터 '한나의 괜찮은 하루' '다녀왔습니다' '일상생활의 승리' '손끝으로 모은 까다로운 순간들' 등 전시를 통해 토끼와 동행한 일상과 소소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았다.

이번 9번째 개인전에서는 작가의 작고 사소한 경험에서 '미세한 기쁨'을 발견하고 그 기쁨이 자신과 우리의 삶을 잔잔하게 격려하는 이야기를 한다. 한 달에 버스 두 번, 지하철 두 번. 김 작가는 어느날 자기의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혼자임이 익숙한 그이지만, 자기 생활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깊은 심심함'이 퍼져있는 삶에 뭔가 근사한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고.

"바람이 불면 머리카락이 바람에 빨려 들어가잖아요. 그걸 보면서 웃음이 나는 거예요. 아주 자연스러운 웃음." 이 경험은 작가의 일상에 미세한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이 웃음이 미세한 기쁨이 됐고, 미세한 기쁨이 삶을 격려했다. '우리는 언제나 태풍같은 바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미세한 기쁨의 크기는 개미보다 작아서 발로 몇번이나 죽일 뻔 하기도 했다. 우리(작가와 토끼)는 주변 곳곳에서 미세먼지같은 그 미세한 기쁨을 찾아 바람에 흩날리지 않도록 꾹꾹 눌러담았다'.(작가노트)

그는 고드름처럼 툭 떨어지는 콧물이 예쁘다는 걸 깨닫고, 햇살을 받을 때 몽글몽글 맺히는 따사로움으로 온몸 가득 행복을 느끼고, 토끼와 온몸을 맞대고 체온을 느끼며 서로의 존재에 안도한다. 이 모든 게 작품에 담겼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수채화의 매력에 푹 빠졌다. 크고 작은 수채 작품을 전시장 한 벽면에 쭉 이어 붙였다. 물과 색, 색과 색이 빚어내는 수채화가 또 다른 영감을 준 듯 보인다. 늘 해오던 유화 작품은 테두리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붓터치가 거의 남지 않는 '스푸마토'적 기법이 주로 사용됐다. 이따금 도자기를 만들었고, 직접 애니메이션까지 제작했다. 총 100여 점을 선보인다. 일요일 휴관.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