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월 둘째주·마지막 주 화요일
- 종범스님 등 350명 초청해 법문

- 회장 네 번 맡았던 공병수 씨
- "신자 많을 땐 예식장 빌리기도"
- 14일 법계정사서 기념 법회

"전화도 없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기차를 타고 서울보다 더 먼 경기도 어느 사찰까지 스님을 모시러 무작정 가는 거예요. 떼를 써서 스님을 모시고 내려오기도 하고, 어떨 땐 허탕도 쳤지요. 45년 동안 법문을 할 스님 모시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부산불교거사림 공병수 회장)

1977년 8월 30일 정기법회를 마치고 운허 스님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 불교계에 큰 경사가 생겼다. 불교 대중화에 앞장선 부산불교거사림의 정기법회가 1000회를 맞는다. 오는 14일 오후 7시 부산 연제구 연산동 부산불교신도회 6층 법계정사에서 1000회 특별법회가 열린다. 축하 시낭송과 공연, 부산연꽃모임 이대원성 회장의 발원문 낭독, 금정총림 범어사 주지 경선 스님과 전 부산불교신도회 류진수 회장 등의 축사, 종범 스님의 법문 순으로 진행된다.

부산불교거사림은 재가불자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다. 1972년 7월 31일 백봉 김기추 거사가 연 금강경 강송회를 계기로 창립됐다.

부산 연제구 법계정사에서 창립 39주년을 맞아 상임지도법사 종범 스님이 설법하고 있다. 부산불교거사림 제공

매월 둘째주,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에 정기법회를 열고 전국의 유명한 법사를 초청해 법문을 듣는다. 부산불교거사림에서 제7대, 10대, 13대, 16대 등 네 번째 회장을 맡고 있는 공병수(79) 회장은 "당시에 여성 불교신자인 '보살'들이 만든 재가불자 모임은 몇 개가 있었는데, 남성 불교신자인 '거사'들의 모임은 없었다. 몇몇이 마음을 모아 거사림을 만들었다. 이후에는 남편을 따라 '보살'들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불교거사림은 45년 지속되는 동안 놀라운 기록을 남겼다. 350여 명의 승·재가 법사가 법문을 설했고, 연인원 20만 명이 동참했다. 특히 부산불교거사림에 다녀간 법사들의 면모가 눈부시다. 경봉·석암·운허·고암·향곡·구산·탄허·무진장·석주·진제 스님 등 당대의 선지식을 비롯해 전 중앙승가대학 총장 종범 스님과 전 조계종승가대학원장 지안 스님, 전 범어사승가대학장 지오 스님, 이기영 박사, 홍정식 교수, 정병조 교수 등이 부산 불자들 앞에 법사로 나섰다.

부산불교거사림 공병수 회장이 지난 45년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지금은 정기법회에 평균 200여 명이 참석하지만, 1970년대에는 최대 1500여 명이 법회에 몰리기도 했다. 지금처럼 TV나 라디오에서 당대의 큰 스님, 도가 높은 스님을 접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산속에 계시던 큰 스님을 '친견'할 수 있다는 소식에 신자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옛날에는 도심에 사찰이 없었어요. 많은 사람을 수용할 장소를 찾기 어려워서 예식장을 활용했습니다. 평일인 화요일에는 예식이 없고, 한 번에 많은 사람이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공 회장의 회고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예식장 ,동구 부산역앞 새마당예식장에서 열리던 법회는 1993년 통도사 부산포교원, 2006년 동구 소림사를 거쳐 2010년부터 부산불교신도회관 법계정사에서 열리고 있다.

교통과 통신이 불편했던 과거에는 대신 '아름다운 일'도 많았다. 법문할 스님을 모시러 전국의 사찰을 찾아갔고, 큰 스님이 오시면 신자들이 집으로 모셔 저녁 공양을 했다. 요즘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공덕을 짓겠다며 서로 모시려고"했다.

부산불교거사림과 가장 인연이 깊은 스님은 중앙승가대학 총장을 지낸 종범스님이다. 종범 스님은 설법을 잘해 '현세의 부루나존자'로 칭송받는다. 부산불교거사림에서 1975년 7월 29일 첫 법문을 시작해 현재까지 359회 설법을 했다. 공 회장은 "42년간 359회 법문을 하는 동안 단 한 번도 강의 내용이 중복되지 않고 언제나 신선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종범스님을 비롯해 지안, 지오스님 등 3명의 상임지도법사가 두 달에 한 번 법문을 한다. 나머지 정기법회에는 여전히 전국의 유명 스님을 초청한다. 예전과 차이가 있다면 "워낙 오래 하다 보니 스님들을 잘 알게 되고, 스님들과도 친해져서 전화로 법문 부탁을 해도 잘 들어주신다"는 점이다.

1973년부터 참여해 현재 부산불교거사림에서 가장 오래 활동한 공 회장의 걱정은 '다음 세대로의 지속'이다. 과거의 중·고등학생, 대학생들 신자들이 50대, 60대가 됐는데, 요즘은 젊은 층이 좀처럼 참여하지 않는다. 이는 부산불교거사림 뿐만 아니라 전체 불교계, 넒게는 종교계의 걱정거리다. 공 회장은 젊은 불교신자와 교류하고 소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부산대, 동아대 로스쿨 불교학생회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이 부산불교거사림의 미래라는 생각이다.

반평생을 부산불교거사림과 함께 한 공 회장에게 거사림은 어떤 의미일까.

"법회를 준비하면서 저 또한 이곳을 통해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한 사람을 만나도 장점, 단점이 있어 배울 점이 있습니다. 부산불교거사림을 통해 만난 모두가 부처였고, 스승이었습니다.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