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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3> '작은 것' 모여 문화 실개천

옥상달빛극장과 '뷰직페이퍼'(부산의 인디문화 잡지)는 소중하다, 그것이 시작이니까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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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2-13 19:54:57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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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퉁이영화제가
- 음식영화축제와 만나고
- 국제단편영화제와 어우러져
- 비프라는 큰 줄기로 모이는
- 부산문화는 그런 그림을 그리자

현장을 취재하면서 '문화적으로' 경탄했던 일 가운데 하나는 문화가 아니라 교육 영역이었다. 부산 기장군 철마면 고촌로에 있는 신진초등학교(1946년 개교)는 원래 있던 자리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2007년 일시 폐교하교, 학교를 새로 짓게 된다. 학교 신축은 '거대한' 일로 예산만 200억~300억 원 든다고 한다.
   
부산 서구 산복도로의 한 건물 옥상에서 야외 영화상영회인 '산복도로 옥상달빛극장' 행사가 열리고 있다. 국제신문 DB
재개교 과정과 신설 학교의 안착을 진두지휘하는 임무를 띠고 2010년 3월 신진초에 부임한 당시 최대홍 교장은 '과정'에 집중했다. 교육 과정을 짜는 일뿐 아니라, 학교 시설의 배치와 용도를 교육 목표에 맞게 조정하는 일에도 나섰다. 건물 배치 등 큰 구조는 정해진 큰 틀을 수용하되, 학교를 실제로 이용할 학생·학부모·교직원을 위해 '작은 것'은 시작 단계부터 제대로 자리 잡게 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학교 한가운데 생태연못이 생겼고, 야생화를 가꾸는 널따란 화단을 넣었으며, 가족 텃밭도 만들었다. 가족 텃밭에서는 여름마다 '별이 내리는 밤' 가족 행사도 했다. 신진초는 이런 과정을 담은 '재개교 과정 자료집-신설학교, 이렇게 개교하였어요'를 2011년 4월 펴냈다. 그 결과는? 이 학교는 2014년 제14회 전국 아름다운 학교 대상(환경부장관상)을 받았다. 지역사회 명물이 하나 탄생한 것이다.

   
부산 기장군 신진초등학교의 생태연못.
수백 억원이 들어가는 신축 공사가 전부가 아니란 걸 이 학교는 알았다. 과정을 중시하면서 작은 것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챙기는 자발적인 노력을 '수백 억 공사'에 결합했다. 부산 문화계에 지금 필요한 모델 중 하나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현재 부산을 둘러싼 현안과 현상은 대체로 크고 무겁다. 원전 위험에 노출된 도시, 고령화·저출산이 심각해도 뾰족한 대응책을 내기 힘든 도시, 박람회 개최와 카지노 유치로 관광의 돌파구를 열려는 도시…. 크고 무거운 데다 적지 않은 영역에서는 지나간 방식과 철학, 즉 '올드 패러다임'(old paradigm)에 머물면서 새로운 전환과 도약에 나서지 못한다. 최근 들어 부산에서 전국 또는 세계로 발신된 뉴스 가운데 밝고, 창의적이고, 통통 튀는 것을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때라면, 민간의 창의성과 자발적 참여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문화행정이 이를 뒷받침하는 쪽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환의 계기로 주목할 만한 소식을 최근 들었다. 부산의 거대 문화시설인 영화의전당이 추리영화제, 음식영화축제, 어린이박스자동차극장, 스포츠영화제 같은 '작은 영화제'를 한층 강화하겠다는 소식이 반가웠다. 산복도로에서 펼쳐진 옥상달빛극장나 모퉁이극장의 시민 영화 프로그램 사례도 있다. 이런 작은 영화제가 예술영화 쪽의 부산국제단편영화제, 부산독립영화제 등과 어우러지고, 다시 부산국제영화제(BIFF)로 모이는 구조는 바람직하다. 그쯤 돼야 비로소 영화도시가 된다.

'작은 잡지 운동'에도 주목한다. 인디음악계 소식을 전하는 '뷰직페이퍼', 수영성 문화마을 사업의 일환으로 나오는 '푸조와 곰솔'을 비롯해 원래 있던 것부터 최근 생긴 것까지 작은 잡지가 부쩍 눈길을 끈다. 작은 잡지는 공공의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자율적으로 기획하고 제작한다. 공공의 지원이라는 큰 틀과 연동돼 움직이되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은 담는 실마리를 여기서 볼 수 있다.

   
작은 영화제, 작은 잡지뿐 아니라 또 다른 '작은' 영역을 찾아 실개천을 이루게 하면, 부산 문화역량을 높이고 이미지를 가꿀 성과는 그 위에서 천천히 자랄 것이다. 과정에 참여하고, 작은 것을 세심하게 보는 전환이 필요하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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