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부 교회 자본에 물들어 세습
- 정치 이념에 몰두해 안타까워
- 목회자들 성경·역사 활용 교육
- 하나님의 정의 바탕둔 신앙추구
- 윤리·도덕성 회복에 노력해야"

- 올해 종교개혁 500주년 맞아
- 부산 기윤실 연중세미나 계획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면죄부 판매를 반박하는 95개 조문을 독일 비텐베르크 교회 정문에 붙이면서 종교개혁은 시작됐다. 독일에서 시작된 종교개혁은 여러 지역으로 확산했다. 1500년 동안 단일체제를 유지한 서유럽 기독교 세계는 가톨릭 교회와 프로테스탄트 교회(개신교)로 양분됐다.

부산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인 최현범 부산중앙교회 담임목사가 공공신학의 의미와 한국 교회의 변화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임경호 프리랜서 limkh627@kookje.co.kr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부산의 개신교단은 곳곳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한 세미나, 강연 등을 열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기독교윤리실천운동(부산기윤실)과 '교회를 위한 신학포럼'이 공동으로 부산 수영구 부산중앙교회에서 '공공신학의 교회에서의 적용'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세미나 강사로 나서 한국 개신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목회에서 적용할 수 있는 모범사례를 제시한 최현범(60·부산기윤실 공동대표) 부산중앙교회 담임목사를 만났다.

"지금 한국 교회는 종교개혁 당시 가톨릭교회와 유사할 만큼 사회적 신뢰를 잃고 있습니다. 특히 영향력이 큰 일부 대형교회가 자본주의, 맘몬(Mammon·재물의 신)에 깊이 물들어 있습니다. 카리스마를 앞세워 권력 지향적인 제왕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교회 세습이 그 대표적인 현상입니다."

최 목사는 "오늘날 한국 교회에 종교개혁의 정신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이처럼 거침없이 답했다. 그는 개신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고 있는 사례로 최근 기윤실이 발표한 '2017년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한국교회를 신뢰하는가' 질문에 20%만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비기독교인은 10%에 그쳤습니다. 젊은 층, 중산층, 고학력층, 화이트칼라에서는 신뢰도가 더욱 떨어졌습니다. 이들이 가장 문제라 생각하는 점은 불투명한 재정 사용, 윤리와 도덕성이었습니다."

최 목사는 사회적 신뢰를 잃고 있는 개신교단에 '공공신학'을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공공신학이란 공공(Public)을 의식하는 신학이다. 그는 "한국의 교회가 너무 사회를 의식하지 않고,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 없는 신앙을 추구하면서 '게토화'됐다"며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의 머리일 뿐 아니라 세상을 다스리고 통치하는 주님이다. 그의 제자된 우리 그리스도인도 개인과 교회를 넘어 사회의 일원으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극우적인 정치 성향을 드러낸 개신교인을 떠올리니 최 목사의 말이 쉽게 납득가지 않았다. "사회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라 교회의 지나친 정치세력화가 문제 아닌가"하고 질문했다.

최 목사는 "한국 교회는 개인의 영적 성장, 영적 체험, 구원에 집중한다. 교회밖 세상은 전도의 대상으로 치부했다. 가정 직장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느냐를 깊이 있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양한 사회적 의견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됐다. 정치는 상대적인데 일부 개신교인은 특정 정치이념이나 사안이 교리와 맞는다, 안 맞는다는 단순한 기준을 갖고 정당이나 정치이념을 성경처럼 절대화한다. 복음을 위해 목숨을 거는 것처럼 정당이나 정치이념을 위해 목숨을 걸려 한다"고 설명했다. '신앙의 사사화'와 '교회의 정치세력화'가 깊게 연관돼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목회자들이 당장 사회적인 이슈를 거론하기보다는 성경 말씀과 역사를 활용해 교육하기를 제시했다. 이슈에 대한 판단은 사태가 가라앉은 뒤 여러 상황을 고려해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성경에는 정치나 국가와 관련된 가르침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하나님의 뜻은 '정의'입니다.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정의는 공정한 재판이 시행되는 것, 즉 법의 정의입니다. 아울러 가난한 자를 도와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게 하는 것, 즉 경제정의입니다. 이런 가르침이 합당한 정치적 분별력을 키워줍니다."

역사를 통한 교육도 하나의 방법이다. 독일 히틀러 정권에 우호적이었던 1930년대 독일 교회가 좋은 사례다. "당시 독일의 많은 목회자들이 반유대주의 반공주의 독일민족주의에 젖어있다 보니 히틀러의 등장을 열광적으로 환영했습니다. 이런 자들이 주축이 된 독일그리스도인(Deutsche Christen)그룹은, 나치 사상이 가장 성경적이고 히틀러는 하나님이 보내준 메시아라 생각했죠. 결과적으로 나치 사상을 신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우를 범했습니다."

부산기윤실은 올해 내내 종교개혁 500주년 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5월 대선을 앞두고는 '선거에 임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 세미나도 연다. 투표의 중요성과 교회의 건강한 정치적 책임의식을 일깨우는 자리다. 가을에는 교회개혁실천연대가 중심이 돼 한국 교회 개혁을 위한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최 목사는 서울대 독어교육과를 나와, 독일 보쿰대학교에서 조직신학·기독교윤리를 공부해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