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족 앞에서 연주하는 기분
- 다른 지역 공연보다 특별했지만
- 클래식 열기 식은 듯해 아쉬워"
- 고향인 부산 공연 소회 밝혀

"청중 앞에 서 있다기보다 가족에게 들려드리는 기분이 들어 더 특별했어요."

지난 11일 부산 출신 한국 차세대 연주자인 피아니스트 김다솔(왼쪽)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이 '2017 영화의전당 마티네 콘서트'를 마친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지난 11일 오전 11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마티네콘서트에서 환상의 '듀오 리사이틀'을 펼친 피아니스트 김다솔(28)과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28)은 고향 무대에 선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이날 두 연주자는 한국 대표 '차세대 아티스트'답게 좌중을 압도했다. 사랑스러운 봄 분위기가 물씬나는 그리그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1번'에 이어 '〃소나타 3번'에서는 얼음 속 불꽃 같은 열정을 표현했다. 끝으로 야성적인 기교가 돋보이는 라벨의 '치간느'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두 동갑내기 연주자의 이력은 화려하다. 김다솔은 11세에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부산예고에 다닐 때 일본 나고야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16세에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음대에 입학한 뒤 2011 프랑스 에피날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2008 슈만 국제 음악 콩쿠르, 2010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등에서 입상했다. 2013년 최초의 금호아트홀 상주 음악가로 선정됐다. 2015년에는 명성 높은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조기 입학한 영재 김영욱은 2011년 베오그라드 쥬네스 국제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했으며 2011년 윤이상 국제 음악 콩쿠르 3위, 2013년 레오폴드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타고난 재능이 대단한 완벽한 재목'(2011년 월간 '객석')이라는 평을 받았다. 특히 그는 '클래식계의 아이돌'로 통하는 노부스 콰르텟의 연주자로서 한국 최초로 2014 국제 모차르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대한민국 실내악 역사를 새로 썼다.

두 사람이 듀오 리사이틀을 연 건 2012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05년 한예종 예비학교에서 시작됐고, 독일에 함께 머물렀던 2011년 친분이 더욱 두터워졌다. 김다솔은 김영욱의 강한 첫인상을 떠올렸다. "영욱이가 중학교 3학년 때였죠.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협연을 했는데 어린 나이에도 음악에 대한 경의가 느껴졌어요. 듀오 제안을 받았을 때 무조건 하자고 했죠."

김다솔을 대하는 김영욱의 믿음도 상당했다. "상대방의 음악을 받아들이기 어려우면 절대 같이할 수 없어요. 10년 전부터 다솔이가 어떤 음악을 해왔는지 아는 데다 배울 점도 많고 공유하는 것도 많아 늘 함께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두 사람은 활기찼다. "저희가 겉보기에 성격이 되게 다른데 잘 통한다"는 김다솔의 말에 김영욱은 "제가 과묵한 편이라 카리스마가 있다고 오해를 받는데(웃음) 다솔이가 기분이 좋게 띄워준다"고 답했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 부산에 애정을 한껏 표현하면서도 클래식 열기가 전보다 식은 듯해 아쉽다고도 했다. "저희가 부산에 살 때만 해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을 가득 채우고 표를 구하기 힘든 음악회가 많았어요. 그런 열기가 줄어든 것 같아요. 많은 분이 클래식 공연장을 찾아주시면 좋겠어요. 저희를 찾아주시면 더 좋고요(웃음)." 김다솔 김영욱 듀오 리사이틀은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열린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