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 외관 '녹색벽' 꾸미기 검토
- 미술관 지향점 맞는 전시 기획
- 시간 촉박한 개관전 고민 거듭

- 지역 예술계 패러다임 변화
- 비엔날레와 유기적 협력 시도

부산시의 부산현대미술관 초대 관장 임용은 '깜짝 인사'로 여겨졌다. 시는 지난달 25일 김성연(52) 전 평창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을 부산현대미술관 초대 관장에 내정(본지 지난달 26일 자 20면 보도)하고, 지난 10일 정식으로 임용했다. 지역 미술계에서는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김 관장의 '실력'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대안공간 운영 등 비제도권에서 주로 활동한 그의 이력 때문에 "인사는 보수적인 시가 그를 발탁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부산현대미술관 김성연 초대 관장이 취임 소감과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지난 12일 부산 사하구 을숙도 부산현대미술관에서 만난 김 관장도 "놀랐다"고 말했다. "지원은 했지만, 크게 기대하진 않았어요. 시가 새로운 기운을 중요하게 고려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역 예술계 패러다임을 바꾸고, 지금까지와 다르게 시도하기를 바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오는 9월 부산미술대전을 시작으로 11월 사전 개관, 내년 3월 정식 개관하는 부산현대미술관은 현재의 부산시립미술관과 차별화되며, 최신 경향인 '컨템포러리 미술'을 다루는 공간을 지향한다. 2002년부터 9년간 부산에서 대안공간 '반디'를 운영했고, 최근 평창비엔날레를 진두지휘하며 다양한 실험미술을 다룬 김 관장은 부산현대미술관 초대 관장에 잘 맞는 이력을 쌓았다.

하지만 초대 관장은 전시기획만 잘해선 안 된다. '좋은 전시는 물론 좋은 미술관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 현대미술관 전체를 예술적으로 다듬어 나가야 한다. "마트 외관처럼 멋이 없다"는 혹평을 받은 단점을 극복하고, 접근성을 높이며, 관람객의 흥미를 끌만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고민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구겐하임 등 외국 유명 미술관과 비교하면 부족해 보일 것입니다. 세계적인 작품을 들여와 미술관을 알리자는 아이디어도 있지만, 아무리 유명한 작품이라도 미술관의 지향점과 연관이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건물 외부를 식물을 활용해 '녹색벽'으로 꾸미는 '그린워크'를 도입할까 고민도 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예산상으로, 물리적으로 가능한 선에서 '숲속의 조용한 안식처' 같은 공간,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려 합니다. 미술관의 기본 콘셉트는 친환경, 커뮤니티, 첨단입니다. 이 세 축을 중심으로 전시를 기획하고, 공간을 구성할 예정입니다." 김 관장은 부산현대미술관의 기본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미술관의 성격을 강력하게 드러내는 기회가 '개관전'이다. 지역은 물론 전국, 해외에서도 부산현대미술관 개관전을 주목한다. 하지만 개관까지는 불과 10개월이라는 짧은 기간밖에 남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인상적인 개관전이 가능할까. "2018년 하반기 열리는 부산비엔날레를 개관전 성격으로 치르는 방법, 심포지엄 등 전시 외 행사로 개관을 알리는 방법, 2년 정도 충분히 준비해 제대로 개관전을 치르는 방법, 내년 3월 작지만 알찬 전시로 개관전을 치르는 방법 등 여러 가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부산현대미술관은 애초 '부산비엔날레 전용관'으로 계획됐지만, 이후 비엔날레 전시관과 일반 시립미술관 역할을 겸하는 공간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2년마다 열리는 부산비엔날레와 얼마나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지도 현대미술관 성공 여부의 기준이 된다.

"부산비엔날레가 현대미술관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울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어떤 식으로든 현대미술관과 비엔날레 조직의 접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휘트니미술관처럼 미술관이 비엔날레를 개최하는 사례가 해외에 많습니다. 미술관의 안정적인 학예 인력이 비엔날레를 기획하는 데 장점이 될 수 있고, 두 기관의 해외 네트워크를 합치면 훨씬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입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