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담은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베일을 벗었다.

(사진제공=노무현입니다 포스터)

16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 '노무현입니다'(감독 이창재·제작 영화사 풀) 언론시사회에는 이창재 감독과 최낙용 프로듀서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노무현입니다'는 국회의원, 시장선거 등에서 번번이 낙선했던 만년 꼴찌 후보 노무현이 2002년 대한민국 정당 최초로 치러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후보 1위의 자리까지 오르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생생하게 되짚는 휴먼다큐멘터리다.

이날 이창재 감독과 최낙용 프로듀서는 입을 모아 "개봉을 앞두고 감개무량하다. 영화관에서 개봉을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기적이다. 촛불 시민들께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니까 시기를 노린 영화를 제작한 것 아니느냐는 의혹은 일찌감치 불식시킨 답변이다. 이들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미안함' 때문이었다.

최낙용 프로듀서는 영화 제작을 결심할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헬조선'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심지어 영구집권 이야기도 나왔다. 나이 먹은 사람으로, 영화하는 사람으로 뭔가를 해야 한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적어도 10년 전에 세상을 바꾸려 했던 한 정치인과 그의 마음을 보여 드릴 수 있다면, 바위에 계란치기라도 조금은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가시지 않을까 싶었다"며 "마케팅, 배급 하는 사람들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창재 감독은 "제가 양복 체질은 아닌데 저희 영화 무대 인사 때 함께 할 배우가 없기에 이렇게 차려입었다. 예의도 갖추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영화는 노무현 대통령이 4번의 낙선 끝에 지지율 2%의 만년 꼴찌로 국민 참여 경선에 나서고 결국 대선 1위 후보로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면밀하게 담겼다. 토론회 과정과 각 지역 경선 당시의 모습 등의 방대한 순간들이 담겼지만, 이같은 자료를 구하긴 쉽지 않았단 감독은 "부분 부분 녹화들, 재생 테이프로 지워져 버린 녹화들이 있었다. 총 6개월이 걸렸다"며 "그 과정에선 정치적 고려까지 필요했다. 자료를 반출하는 것, 구매하는 것 조차 어려웠던 환경이었다. 최종적으로 구매하는 것이 영화 개봉 한 달 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3주전에 계약을 할만큼 내밀하고, 지금까지 N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버텨왔다"고 했다.

이창재 감독은 흔히 말하는 '노빠'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미국 유학 중이었다. 돌아와서 교편을 잡고 있을 땐 노무현에 대한 반대, 비판이 컸다. 예를 들면 디젤 차를 샀는데 경유세를 올리는거다. 그런 불만들이 많았다. 그래서 저는 임기말 때까지 한 번도 지지를 하지 않았다. FTA, 이라크 파병 등은 반대 입장이었다. 그런데 2009년 5월이 왔었다. 그때 광화문 광장을 갔었다. 너무 더워서 그런지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것이 왔다. 이게 뭔데 나에게 이런 신호를 보내지 싶었다"고 했다. 이 감정을 찾아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이젠 자신있게 노무현이 정말 멋진 사람이고, 정치인의 모습보다 인간 노무현의 모습이 더 와닿았다고 밝혔다. 이창재 감독은 "인간으로 실존 위협을 당할 때 인간으로서 뛰어내림으로서 인간을 지켜내려고 했던 것 같다. 아주 멋졌던 사람 같다"라고 했다.

이름조차 없던, 개봉조차 불투명했던 'N프로젝트'가 '노무현입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일년만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모두가 알고 있는 정치인 노무현을 넘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간 노무현을 알 수 있는 작품이다. 2002년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일궈낸 기적처럼, 다시금 '노무현입니다'로 2017년 극장가에 노무현의 향수가 일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영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