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SBS '맨 인 블랙박스'에서는 중증 뇌질환을 앓고 있는 운전자들의 사고를 살펴보고 운전면허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전한다. 

2016년 7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10여 개월이 지났지만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은 여전히 그날의 상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신호까지 어기며 무서운 속도로 달리던 차량이 행인과 차들을 연이어 덮치면서 3명의 사망자와 22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형사고, 당시 음주나 약물복용 상태도 아니었다는 가해 운전자는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어 사고를 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그는 사전에 운전 가능 여부를 심사 받아야하는 뇌전증 환자였다. 평소에 약을 먹으며 관리를 잘 하면 일상생활에는 큰 문제가 없는 병이지만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가해 운전자는 사고 발생 불과 19일 전에 있었던 운전면허 갱신 때에도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날의 사고로 피해자 가족들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그런가 하면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는 난데없는 소동이 벌어졌다. 차량 한 대가 단지 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려댔기 때문이다. 놀란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차량은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길목을 막아선 경찰차를 추돌하고 제지하려는 경찰까지 차에 매단 채 질주를 이어갔다. 결국, 경찰이 테이저건을 쏜 이후에야 상황을 제지할 수 있었는데, 두 시간 가량 아파트 단지를 누비며 경찰과 30분간 대치를 벌인 운전자 역시 경찰조사 결과 중증뇌질환을 앓고 있었다.    

이런 사고들은 분명 극히 일부에게 국한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증 뇌질환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거나,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운전대를 잡는다고 해도 사실상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한다. 면허 유지 여부를 심사하는 수시적성검사도 존재하지만, 뇌질환이 있는 운전면허 소지자라도 병원에 6개월 이상 입원치료 하지 않으면 수시적성검사 대상으로 통보되지 않는다.  

허술한 제도와 운전자의 잘못된 판단이 만들어낸 사고. 모두가 안전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야 할지 일요일 밤 '맨 인 블랙박스'에서 확인해본다. 

권영미 기자 kym850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