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자체에서 해방되어 행복·신성 논하는 유발 하라리
- 짝퉁 자본주의 타파하자는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칼럼들
- 현대인이 대비할 미래 통찰

# 호모데우스

- 유발 하라리/김영사/2만2000원

# 거대한 불평등

- 조지프 스티글리츠/이순희 옮김/열린책들/2만5000원

아주 빼어난 학자라는 점을 빼면, 유발 하라리와 조지프 스티글리츠 사이에 공통점을 별로 찾을 수 없다. 그런데도 두 학자의 저서를 함께 소개하기로 마음먹은 데는 다음과 같은 유발 하라리의 말이 크게 작용했다.

유발 하라리의 새 책 '호모 데우스'는 인류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지 통찰한다. 사진은 생명체의 정보를 담은 유전자. 김영사 제공

"역사 공부의 목표는 과거라는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호모 데우스' 92쪽) "우리가 역사를 알아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과거에서 해방되어 다른 운명을 상상하기 위해서이다."(같은 책, 98쪽)

대개 한국에서 '역사를 공부해야 할 이유'에 관한 물으면, "과거를 배워서 잘못을 반복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가꾸기 위해"라는 모범답안이 나온다. 별 차이 없는 것 같기도 하지만, 하라리의 주장이 틀에서 벗어나는 맛과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선명히 선언하는 느낌이 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요즘 경제 또는 경제학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중요한 개념 '정보 비대칭성'에 관한 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는 석학이면서도 '타임' '배니티 페어' '하퍼스 매거진' 같은 시사 잡지에도 경제에 관한 글을 곧잘 쓴다. 정상급 경제학자이면서 동시에 경제 저널리스트인 드물고 귀한 존재인 셈이다.

유발 하라리(왼쪽), 조지프 스티글리츠

거대한 불평등은 그런 시사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주로 모았는데, 한마디로 집요하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나오는 낱말은 '불평등'이다. 핵심이 되는 역사적 사건은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세계 금융 위기다. 상위 1%라는 말로 상징되는 부자들이 틀어쥐고, 부자를 위한 경제정책을 펴는 현재 미국 자본주의는 '짝퉁 자본주의'일 뿐 실상 자본주의도 뭣도 아니라고 그는 몰아붙인다.

더 공평한 조세정책과 사려 깊은 금융정책, 정치의 회복을 통해 이 불평등 구조를 고치지 않으면 중산층과 저소득층뿐 아니라 '1%들' 자신도 망한다는 비판이 책에서 쩌렁쩌렁 울린다. 2008년 금융위기라는 역사의 거름망이 중요한 구실을 한다. 한국 경제에도 뜻깊은 참고사항이 많다.

호모 데우스는 이스라엘의 젊은 역사학자이며, 세계 독서계에서 뜨거운 인기와 관심을 끌고 있는 유발 하라리의 새 책이다. 그는 지난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빅히스토리 계열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선사부터 미래까지 역사를 종횡하며,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로 떠오른 비결과 그런 인류 앞에 닥친 갈림길을 예리하게 짚어냈다. '호모 데우스'는 인류의 초점을 인류의 미래로 좀 더 확실히 옮긴 점이 특징이다.

'사피엔스'의 생명력은 빅히스토리 관점으로 그 숱한 역사 사건과 상황을 꿰는 통찰력이었다. 그것을 문학과 저널리즘을 섞은 듯한 명쾌한 필치로 펼친 점도 매력이다. 그 장점을 살린 채, 그는 '호모 데우스'에서 인류는 이제 '불멸, 행복, 신성(神性)'을 추구하는 길에 들어서버렸음을 밝힌다. '사피엔스'와 함께 쌍으로 읽는다면 더 좋을, 후회하지 않을 책이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