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창호 프로 5단이 17살의 어린 나이로 세계바둑계를 평정했다는, 당시로써는 엄청난 뉴스가 눈에 들어온다.

중국과 일본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참가해 명실상부한 국제 기전으로 자리를 잡은 국내 최초의 국제 기전인 제3기 동양증권배 결승 5번기에서 바둑계의 거장 임해봉 9단을 3대2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기사였다.

준결승에서 이창호 5단은 스승인 조훈현 9단을, 임해봉 9단은 조치훈 9단을 각각 물리치고 결승에 올랐다.

놀랍고도 놀라운 슈퍼 소년의 쿠데타였다! 고작 17살 이창호 5단의 바둑황제 등극은 그때까지 우리가 믿어온 바둑에 대한 모든 고정관념을 뒤엎어 버려야 하는 일종의 허망함까지 안겨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강력하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흑●△(마지막 수)로 지킬 때 백11로 어깨 짚어 간 것은 흑을 납작하게 만들면서 중앙을 두텁게 하려는 상용 수법.

백17을 기다려 흑18로 상변 백 모양을 견제하고 나선 것은 시급한 곳. 호선바둑이라면 A로 뛰어들 수도 있지만, 접바둑에선 실전처럼 흑18, 20으로 삭감해 가는 것이 안전하다. 다만 흑20은 방향은 올바르나 완착이었다. 무엇 때문일까.

● 임재경 부산시 바둑협회 부회장(4점) ○ 이창호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