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돼지는 평소 음식으로만 여겨져
- 후반 도살 장면 잔인해보이지만
- 실제보다 자제해서 표현한 것
- 알렉사65 촬영…사실감 극대화
- 안서현, 캐릭터 이해력 뛰어나"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개봉하며 논란을 일으켰던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지난달 29일 드디어 관객과 만났다.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난 봉준호 감독이 '옥자'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NEW 제공

식용 슈퍼돼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탄생한 거대한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 사는 소녀 미자의 우정을 담은 '옥자'는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 등을 연출한 봉 감독의 영화답게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때부터 있었던 개봉 플랫폼 논란 때문에 정작 영화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적었는데, 해외 프로모션을 마치고 돌아온 봉 감독과 만나 '영화 옥자'에 관한 다양한 궁금증을 풀어 보았다.

-'옥자'는 지난 4월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확정 소식을 시작으로 개봉 이전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소감은?

▶칸영화제가 벌써 한 달 반 지나 마치 재개봉하는 기분이다. 국내 기자들과 인터뷰하면서 ''옥자'가 아직 개봉을 안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슈퍼돼지 옥자는 돼지와 하마, 코끼를 섞은 모습이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동물 옥자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가?

▶돼지는 청결하고 예민한 동물이고, 개보다 아이큐가 높다고도 한다. 실제로 반려동물로 키우는 분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우리는 돼지를 생각할 때 삼겹살 항정살 목살 등 식용으로만 생각한다. 그런 억울한 느낌을 가진 돼지를 떠올려서 바로 그렸고, 그것을 '괴물' 때 함께 작업한 장희철 디자이너에게 보여줬다. 이후 점점 변화를 거치면서 지금의 옥자가 탄생했다.

-관객들에게는 영화 후반부의 도살장 장면이 가장 불편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 잔인해서 영화를 보고 고기를 먹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실제보다 엄청 자제해서 표현한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 덴버공항 부근 도살장 갔더니 잠실운동장 4~5배 크기의 땅에 소가 빼곡히 있었다. 그곳에서 하루에 5000마리가 도살당한다. 가죽이 고대로 벗겨지고, 눈알이 따로 모이는 도살장 내부는 영화보다 더욱 잔인하고 처절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아역 배우 안서현 양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한 것도 화제였다.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잘하더라.

▶서현이는 '이 영화는 내 인생의 기회야. 정말 잘 해야 돼'가 아니라 '올해는 내가 이 영화를 하는구나'라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옥자' 시나리오에 대해 딱 한 번 이야기했는데 바로 자신의 캐릭터를 이해했다. 이후에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안 했다.

-'옥자'는 디지털 버전의 70mm 카메라라고 할 만큼 압도적인 화소수를 가진 알렉사 65로 촬영했다. 그 이유는?

▶큰 스크린에서 상영할 때 더욱 사실감을 주고 싶어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과 상의해서 찍은 것이다. 그래서 고화질을 상영할 수 있는 4K 상영관에서 '옥자'를 봐야 한다. 부산에는 영화의전당이 4K 상영관이다.

-'괴물' '설국열차' '옥자'는 현대 사회 혹은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영화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제가 어떤 방향을 제시한다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지만, 세상의 상태를 폭로하거나 간명하게 보여줄 수는 있다고 믿는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