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아이니까, 남의 집에서 일하는 노예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여자아이니까, 다른 이들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다. 나는 모든 여자아이가 자유롭게 살아가는 그날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다.”(15쪽)

어려운 환경에서도 교육을 통해 미래를 꿈꾸는 페루 소녀 마류리. 푸른숲주니어 제공

네팔 소녀 아누파는 학교 다니는 오빠, 남동생의 모습을 보며 학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하지만 입학은커녕 부모님 빚에 떠밀려 8년간 남의집살이를 하며 노예와 다름없이 살았다. 빈곤과 분쟁, 인권 침해가 일상으로 일어나는 나라에서는 단지 여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짐을 이고 살아야 한다. 대물림되는 빈곤의 사슬에서 폭력과 억압에 시달리며, 꿈과 가능성을 열어보지도 못한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일터에 내몰리고,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에 강제로 결혼하고 아기를 낳는다.

나는 여자아이니까 세상을 바꿀 수 있어요는 부당한 현실을 딛고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여자아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인 로즈메리 맥카니는 플랜인터내셔널 캐나다 지부 대표다. 세계 여자아이들의 권리 신장과 복지 증진을 위해 ‘나는 여자아이니까(Because I am a girl) 캠페인을 수년째 이끌고 있다. 이 책은 그가 세계 곳곳에서 만난 여자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열악하고 잔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책에는 아누파와 같은 아이들이 7명 더 등장한다. 에이즈로 부모를 잃고 가난 속에 공부를 포기하지 않은 루시(짐바브웨), 강제 결혼과 출산 그리고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친구들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파르와(파키스탄), 천막 생활을 하면서도 공부하는 마리넬(필리핀) 등 역경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고백이 이어진다.

책은 교육을 강조한다. 교육을 통해 마류리(페루)도 사업가를 꿈꾸고 가장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교육은 한 사람이 꿈을 꾸게 한다. 그들의 변화가 가족, 지역, 나라를 윤택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