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보며 우리 사회가 멈출 줄 모르고 끊임없이 달려가는 영화 속 열차와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기상이변으로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지구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열차를 타고 끝없이 기찻길을 달린다. 기차에 탄 사람들은 자신들이 어디를 향하여, 무엇을 위하여 달리는지 모른다. 또한 그 열차에 탄 사람들은 평등하지도 않다. 기차의 뒤편에는 빈민굴과 같이 좁고 배고픈 환경에서 중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철저히 통제된 생활을 하는 반면, 기차의 앞 편에는 편중된 부를 누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술과 마약에 의존해 자기 자신을 좀 먹는 삶을 살아간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

우리 대한민국 사회도 성장과 대기업 위주의 경제 정책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왔다. 필자가 어렸을 때 뉴스에서는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에 상을 주는 모습을 많이 봤다. 그러면서 수출을 많이 하면 애국하는 것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세금 잘 내는 기업을 애국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는 미국 사회와는 차이가 있다.

이제는 잠시 멈추어 이런 정책들이 아직도 유효한 것인지 물어야 한다. 낙수효과에서 설명하듯이 대기업의 영업 이익이 이 더운 여름 고시촌과 쪽방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게까지 전달되는지 물어야 한다. 편중된 부가 정치 세력과 결탁하여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지는 않은지 물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사람 중심의 경제 정책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자동차의 왼쪽 바퀴는 정규직 노동자가 달았고,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달았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는 낮은 임금을 받아야 하고 불편한 휴게실을 써야 하며 늘 고용불안에 떨어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더 위험한 장소에서 더 어려운 작업을 배정받기도 한다. 공장에서 오토바이나 자전거를 타고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노동자들을 보며 이들 가운데에도 비정규직으로 힘들어하는 우리의 부모, 형제와 자매, 아들과 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눌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어려움을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나누고, 성장의 혜택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물건을 살 소비자가 생기고 그래야 생산할 수 있다. 새 정부가 공공기관부터 먼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민간 기업들에도 여러 혜택을 제공하며 이런 전환을 유도하는 것은 올바르다.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씩 지혜를 모으면 ‘경제 활동 따로, 복지 따로’가 아니라 경제 활동이 복지를 위한 일이 되고 복지가 경제 활동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사회는 광장에 모인 촛불의 힘으로 정치 권력을 바꾸고 경제와 정치의 결탁으로 부패한 환부를 도려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정치의 혁명을 성공시켰다면 경제 분야의 혁명을 이루어야 한다.

이제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경제 정책을 다시 점검해보고 사람 중심 경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물론 그 길에는 사회적 합의 과정과 재원 마련과 같은 어려움도 놓여 있다. 하지만 국민과 함께라면 우리 사회는 이런 변화와 혁신을 이룰 수 있다.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