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서 다양한 아시아 나라에서 모인 젊은이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청년들이 교회 안에 안주해 있지 말고 더 낮은 곳을 향해 교회 밖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호소하였다. 평소 가톨릭교회 사제들에게도 교황은 교회 울타리 속에서 보신주의, 안이함, 그리고 패배주의에 빠져 있을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소중한 양들을 찾아가 그들을 돌보며 비록 넘어지는 일이 있더라도 “양 냄새 나는 사제들”이 될 것을 강조해 왔다. 더욱이 이 청년대회의 슬로건 또한 ‘일어나 비추어라’(이사야서 60,1)였다.

‘제2회 프란치스코 자원봉사 캠프’가 지난 16~23일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가톨릭대 장경수 교수 제공

이런 교황의 요청에 대한 응답으로 2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2016년 한국 가톨릭계 대학교들은 한국에서 유학하는 중국 학생들과 일본 가톨릭계 대학교 학생들을 초대하여 ‘제1회 프란치스코 자원봉사 캠프’를 한국에서 열었다. 이 캠프에 참가한 학생들과 인솔자들은 봉사를 통해 사랑을 배우고 아시아의 평화를 가져오는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국에 이어 제2회 프란치스코 자원봉사 캠프는 이달 16일부터 23일까지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렸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열린 제2회 프란치스코 자원봉사 캠프에는 참가국들이 확대되어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 웬자오대학과 태국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온 학생들도 함께하였다. 학생들과 인솔자들은 팀을 나누어 농촌의 일손을 돕고, 장애인들의 생활을 지원하며, 얼마 전 수해를 입은 마을 복구 작업을 수행하였다. 이들은 봉사 활동을 마친 후, 함께 모여 자신들이 경험했던 어려움, 보람, 그리고 마음속에서 우러나왔던 기쁨을 함께 나누었다.

나아가 이런 봉사의 경험을 통해 쌓았던 우정을 통해 가까운 이웃이지만 서로 반목하며 살아온 우리들의 의식 속에서조차 끊임없이 재생산되었던 증오감은 자신의 것을 내어주는 사랑 실천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평화는 상대방의 고유성을 부정하고 획일화시킴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고유한 부분을 존중하고 조화를 이룸으로써 실현될 수 있음을 배웠다. 함께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아쉬워했던 이들은 내년 대만에서 열릴 제3회 캠프에서 다시 만나리라 희망하였다.

이 자원봉사 캠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이에 대한 미국과 일본의 긴박한 대응, 그리고 중국의 이해관계라는 상황 속에서 매우 초라한 시도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지도자들과 미디어에서 제시한 프레임을 통해 현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는 열쇠가 그 안에 담겨있다. 그것은 세계 평화는 인류가 공유하는 선한 마음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이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자원봉사 캠프는 평화를 앞당기는 과정 속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종교인들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종교인들이 자신의 종교에 갇혀 집단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선교라는 이름으로 확장에만 힘쓴다면 세계 평화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자신의 것을 내어놓고 인류의 마음속에 흐르는 사랑과 자비와 같은 보편적 공동선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실현시켜 나가는 노력을 우선 실천해야만 할 때가 되었다.

cpbc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