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애환 담은 격정적 춤
- 파트너와 함께 호흡 맞출 땐
- 지극한 배려의 마음이 필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거대한 벽이 다가오는 순간 본능적으로 우리들의 몸은 움직인다. 그것은 소통의 표현이다. ‘땅고’는 두 사람의 몸이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춤이고, 세계 속으로 함께 걸어가려는 의지의 표현이다.”(프롤로그 중)

‘땅고’는 인류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춤 땅고와 땅고가 발생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다룬다. 살림 제공

우리에게 ‘탱고(tango)’로 익숙한 춤의 원음은 땅고다. 흔히 영어식 표현대로 부르지만 이 춤의 발상지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등에서는 ‘땅고’라 발음한다. 땅고의 저자는 원음을 그대로 사용해 땅고의 전통성과 고유성을 살렸다.

영화평론가, 소설가,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저자 하재봉의 인생은 땅고를 만나고 완전히 달라졌다. 오직 땅고만 춘 지 4년 만에 땅고를 강습했고 춘천국제마임페스티벌, 하이서울페스티벌 등에서 땅고 총감독을 지내기도 했다. 2009년 방송 촬영을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한 후엔 땅고를 추기 위해 매년 한달 혹은 두 달씩 현지에서 지내고 있다.

땅고는 14년 간 땅고에 열광해온 ‘땅고 순례자’ ‘땅고 전문가’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중심으로 전하는 땅고 보고서다. 1부는 땅고의 역사와 발전을 다룬다. 빈민가 사람과 이민자들의 애환이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만나 격정적이고 아름다운 땅고를 탄생시켰다. 저자는 한국 땅고가 짧은 역사에 비해 널리 대중에게 퍼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에게 불러 일으키는 정서적 동일성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저자가 땅고를 만난 과정을 이야기한다. 커플 댄스는 상대방에게 구속되는 것 같아 땅고에 막연한 거부감을 느낀 그는 2004년 방콕에서 실제 땅고를 마주한 뒤 거부할 수 없는 땅고의 매력에 빠진다. “처음 땅고 바의 문을 열었을 때 나는 그곳에 잠복되어 있는 뜨거운 열기에 움찔하며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흔히 땅고를 3분 동안의 사랑이라 부른다. 땅고 한 곡을 추는 그 짧은 순간, 파트너의 마음을 읽고 서로를 지극히 배려하는 마음으로 춤을 추어야만 호흡이 맞는다. 그러나 춤이 끝나면 두 사람은 다시 남남으로 헤어진다.”(168쪽)

‘남미의 파리’라 불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의 일상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땅고 파트너이자 아내인 카이와 결혼한 후 부에노아이레스로 땅고 신혼여행을 떠났다. 소고기 바비큐 아사도와 낄메스 맥주, 마떼 차 등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음식을 소개한다.

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라 보까항구의 까미니또거리,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히는 엘 아테네오, 영화 ‘해피투게더’의 배경인 수르 바 등을 소개하는데 곳곳에는 담긴 애환의 역사는 낯설지 않다.

대통령궁 앞 5월광장에서는 30년 동안 매주 목요일마다 어머니회가 주최하는 집회가 열리는데 과거 군사 정부의 공포 정치 아래 실종된 자식을 찾고 있는 어머니들이 진실을 밝혀달라는 목소리였다. 실종된 딸 사진을 들고 있는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사람들이 함께 눈물짓는 광경을 보며 저자는 한국 광주의 아픔을 떠올렸다고 했다.

세계적인 땅게로스(땅고를 추는 사람)와 땅고 DJ와의 인터뷰까지 다룬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 땅고에 한 걸음 다가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