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때 유학 프리드교수에 사사
- 맨해튼음대 바이올린 박사학위
- 줄리아드음대 등서 악장 발탁
- 美대학서 음악교육자 역량 길러

- 작년 귀국 부산 음악문화 일조
- 베토벤작품 등 난도높은 곡 엄선
- 문화회관서 리사이틀 무대

“소리가 뭐니?” 열여섯 살 소녀는 말문이 막혔다. 서울예고 재학 중 건너간 미국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미리암 프리드 교수의 첫 수업 시간이었다. 부산에서 태어나 다섯 살에 바이올린을 잡고, 남다른 재능과 성실함으로 각종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이었다. 프리드 교수가 말했다. “소리를 찾아. 너만의 소리를 가슴 깊은 곳에서 만들어 내야 해. 그리고 그림을 그리듯 소리를 색칠해야 해.”

	오는 15일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귀국 독주회를 여는 부산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김주영. 아트뱅크코레아 제공

바이올리니스트 김주영은 또 다른 음악적 지평이 열리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프리드 교수는 악기에서 나는 소리에 그치지 않고, 소리를 만들어가며 연주하도록 했다. 김주영은 연습실이 열리고 닫힐 때 바이올린과 함께했다. 인디애나주립대 음대를 졸업하고, 줄리아드 음대 석사를 거쳐, 한국인 최초로 바이올린 전공으로 맨해튼 음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의 소리’를 만들어온 20여년이었다.

부산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김주영이 오는 15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김주영 귀국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연다. 열두 살에 부산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한 이후 고향 무대는 처음이다. “같은 말도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다르게 들리듯 음악도 연주자에 따라 달라요. 음악을 ‘이야기하듯’ 연주한다면 그 차이가 드러나요. 저는 그런 ‘다른 소리’를 듣는 걸 좋아해요.”

한때는 오케스트라의 젊은 악장을 꿈꿨다. 인디애나주립대 음대 오케스트라에서 4년 동안 해마다 오디션을 거쳐 악장을 맡았고 미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의 민간 오케스트라, 줄리아드 음대 오케스트라에서도 악장으로 발탁됐다.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이 갖는 높은 비중을 고려하면, 그는 분명 발군의 악장이었다. 그때 또 다른 질문이 던져졌다.

“어느 날 지휘자가 저를 부르더니 묻더군요. ‘악장이란 뭐니?’ 소리가 뭐냐는 질문처럼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어요.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했죠. 80~90명 단원을 ‘무언의 대화’로 연결하는 사람이라는 데 생각에 닿자 엄청난 책임감이 느껴졌어요. 악장은 단원들이 지휘자만 쳐다보게 하면서 ‘날 잘 따라와’ 할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사람들과 어우러져 소리를 함께 만들어야 해요. 다른 소리를 표현하고, 그 다른 표현을 듣고 이해하는 건 음악만이 가진 힘이죠.”

교육자의 길도 그에게 중요하다. 2011년 현대음악 11곡을 분석해 1950부터 1990년 사이 바이올린 왼손 테크닉의 시대적 변화를 연주자가 습득하는 방법에 관한 박사 논문을 발표했다. 현대음악을 위한 바이올린 연습곡을 제공하고, 현대음악의 지식과 자료를 전하려는 노력이었다. 위스콘신대와 컬럼비아대에서 음악교육자로서 역량도 길렀다. 2016년 귀국한 그는 부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음악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할 생각이다. 정기적인 연주회로 무궁무진한 바이올린 레퍼토리를 청중에게 소개하고, 음악교육인으로서 미래 음악인의 잠재력을 발굴해 키우는 일이 첫 걸음이다.

이번 연주회 곡둘은 난도가 높고 진귀하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Op.30 No .3’을 시작으로 하차투리안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노래 시’, 바르톡의 ‘바이올린 랩소디 No. 1, Sz. 87’, 쇤베르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Op. 47’,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No. 3, Op. 108’이다. 김주영은 “전달하기 쉽지 않은 작품이다. 새로운 하모니를 맛보시겠지만 동시에 ‘맛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051)442-1941 최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