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반짝반짝 문화현장 <40> 재기 준비하는 춤꾼 손영일의 새해

“부상 딛고 비상하리” … 밥 먹듯 아픈 몸, 무대 못서니 더 고통

  • 국제신문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8-01-04 18:46:36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20년간 매일 10시간 춤 연습
- 두 번의 부산무용제 대상 수상
- 전국무용제 은상·연기상 등…
-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전성기에

- 3년 전 무릎수술 이어 또 다쳐
- 작년 대형공연 3개 못 올라 눈물
- 재활훈련·레슨하며 복귀 준비

- ‘미친 개미들’ ‘잊혀질 권리’처럼
- 사람이야기 담은 개인공연 할 것

춤이 삶의 전부였던 이에게 부상으로 잠시 떠나야 했던 무대는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9월 연습 도중 무릎 부상으로 무대를 잠시 떠났던 춤꾼 손영일 씨가 서면의 한 춤연습실에서 춤을 연습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의사의 만류에도,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몸을 만들며 복귀 준비를 한 춤꾼 손영일(34) 씨. 마침내 다시 화려하게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아직 무릎이 완전히 나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완치 판정을 받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춤추고 싶습니다.”

부산 서면의 한 춤 연습실에서 만난 손 씨는 두 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 내내 잠시라도 몸을 가만히 두질 못했다.

“항상 몸을 움직이는 게 습관처럼 됐어요.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는 하루에 10시간 이상 동작을 연습하는 사람인데, 가만히 있으려니 오죽 답답하겠어요. 오늘은 무릎이 얼마나 굽혀지나, 동작은 얼마나 자연스럽나 늘 체크하게 되요.”

그는 지난해 9월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연습 중에 무릎 연골이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그는 “다치자마자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큰일 났다’는 생각만 들었다. 2017년 연말을 맞아 주요한 역할로 출연해야 할 대형 공연을 3개나 앞둔 시기였다.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그는 회상했다.

■전성기의 춤꾼, 부상으로 좌절

손영일 안무가의 작품 ‘빈집, 그 껍데기’.
그는 3년 전에도 같은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았다. 그때도 수술 이후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반년이 걸렸다. 손 씨는 이번 부상으로 지난해 연말 원하던 무대에 전혀 설 수 없었다. 그의 자리는 다른 춤꾼으로 채워졌다. 부상당했던 기간에 그는 지난 무용수 생활을 돌아보고 자신의 몸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다행히 수술 경과는 좋았어요. 그래도 완쾌될 때까지 되도록 움직이지 말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게 더 두려웠어요. 깁스를 한 상태에서도 혹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될까 봐 매일 다리를 조금씩 움직였어요. 신기한 건, 아직 완쾌되지 못했는데도 무대에 서면 발이 또 움직인다는 거죠.”

벌써 20년 넘게 춤과 동고동락한 손 씨에게 춤은 일종의 ‘몸으로 쓰는 자서전’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춤추기 시작해 브니엘예고와 동아대 무용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부산 춤판이 인정하는 대표 춤꾼으로 성장했다. 그는 화려해 보이는 무용수들이 겪는 고통과 갈등, 외로움에 대해 얘기했다.“ 완벽한 공연을 위해 2, 3개월 전부터 매일같이 연습합니다. 평소엔 하루 5시간 정도 연습하다가 공연이 다가오면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하죠. 그렇다 보니 춤꾼에게 부상은 밥 먹는 것과도 같아요. 늘 함께하는 일상인 거죠.”

손 씨는 최근 몇 년간 각종 무용제에서 수상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안무가로서 춤을 만들고 공연을 기획하는 동시에 무용수로도 활발하게 무대에 올랐다. 정신적으로 모색하는 힘과 표현력이 절정인 듯했고 테크닉도 완숙한 경지를 향해 갔다. 2009년 제18회 부산무용제에서 최연소(당시 26세)로 대상과 안무가상, 2015년 제24회 부산무용제 대상, 같은 해 전국무용제 은상과 연기상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부산국제무용제(BIDF) 경연 부문인 ‘AK21국제 안무가 육성공연’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러던 중 부상을 당한 것이다. “잘 나가던 몸이 갑자기 무대 오르기 전 배신한 느낌이었죠.”. 배신은 외로움으로 이어진다. “날마다 몸을 움직이던 사람이 집에만 있자니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2주 전부터는 레슨을 시작했어요. 요즘엔 일주일에 3번 가르치면서 재활 운동도 열심히 하죠.”

■새해 목표 “더 날고 싶다”

2015년 부산무용제 대상을 받은 작품 ‘잊혀질 권리’ 한 장면.
계속된 큰 부상이 부담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무대로 다시 향할 준비를 한다. 그는 “이 희열을 끊을 수 없어요. 안무를 짜면서도 무용수들과 같이 땀 흘리면서 몸으로 소통하자는 주의예요. 그러면서 즉흥적인 동작도 나오고, 공연에 반영이 되죠.” 그는 쉬면서 춤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고 했다. 올해부터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개인 공연을 할 예정이다. “올해 2월부터는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거든요. 지난 연말 놓쳤던 기회를 다시 잡고자 개인 공연도 하고 다른 공연에도 많이 출연할 생각이에요. 국내외 무용제에도 참여해 더 큰 상에 도전하고 싶어요.” 2018년 무술년 계획을 말하는 그의 눈에서 빛이 났다.

손 씨는 그동안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의 춤 작품을 보는 누구나 쉽게 주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안무하는 데 힘쓴다. 관객이 보고 느끼는 게 정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9년 부산무용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 ‘미친 개미들’은 끊임없이 자극하는 요소들 속에서 겉으로는 무뎌지지만 내적으로 곪아가는 현대인의 감정을 춤으로 표현했다. 2015년 부산무용제 대상을 받은 ‘잊혀질 권리’는 의도하지 않은 행위, 또는 실수로 온라인 공간에 남긴 기록과 정보가 사람을 무시하고 배신하고 이용하는 족쇄가 돼 인간을 억누르는 현실을 강렬하게 그렸다.

“사람 이야기가 가장 재밌어요.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도, 다른 사람 얘길 듣는 것도 좋아해요. 작품을 구상할 때는 주로 길거리나 카페에서 사람을 관찰하면서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그는 새해에도 도전하는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겠다고 했다. “춤은 언제까지고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어요. 춤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됐다고 해도 안무할 수 있는 장은 다양하게 늘고 있어요. 젊은 춤꾼으로서 기존 무용의 틀을 깨는 시도를 통해 후배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그의 2018년이 밝았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손흥민 “팀 동료 그리웠다…3주 군사훈련 특별한 경험”
  2. 2KBO, 8월부터 2군에 로봇심판 도입
  3. 3독일축구협회,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 지지
  4. 4하위 타선도 안 도와주네…식어버린 롯데 방망이
  5. 5‘황희찬 83분’ 잘츠부르크, 리그 재개 첫 경기서 빈 2-0 승
  6. 6동아대 MBA 총동문회 신임 강호철 회장
  7. 7강생일 한국자유총연맹 연제구지회장, 부산 연제구에 초음파 분무형 살균·소독기 2대 기증
  8. 8위험에 빠진 사람들, 누굴 먼저 구할지 선택은…
  9. 9‘기본소득’ 논쟁 격화에 한 발 뺀 김종인
  10. 10[아침숲길] 꽃의 여왕 /양민주
  1. 1北 김여정, 남북군사합의 파기 언급 “대북전단 조치 안하면 파기 각오해야”
  2. 2통일부 “대북전단 살포 접경지역 국민생명 위험 초래…중단돼야”
  3. 3‘기본소득’ 논쟁 격화에 한 발 뺀 김종인
  4. 4지역경제 악화 시 정부 선제적 지원 등 ‘활성화 특별법’ 국회 발의
  5. 5김여정 “대북전단 방치땐 군사합의 파기” 정부 “백해무익 행위…방지책 마련 검토”
  6. 6동구, 부산YMCA 시민회와 북항막개발 간담회 개최外
  7. 7위기산업 선제적 정부지원 규정
  8. 8여당 “하늘 두쪽 나도 5일 개원” 야당 “독재 선전 포고하나”
  9. 9수행비서 없애고 셀프 커피…초선들 ‘탈권위’ 앞장
  10. 10이진복·유재중 먼저 시동 건 통합당 부산시장 후보 경쟁
  1. 1연금복권 720 제5회
  2. 2주가지수- 2020년 6월 4일
  3. 3금융·증시 동향
  4. 45년 뒤 도심 하늘에 ‘드론 택시’ 띄운다
  5. 5'이재용 사과' 후속조치..삼성계열사 이사회 아래에 노사자문위 설치
  6. 6부산 감천항 서쪽 해역 오염퇴적물 정화사업 본격화
  7. 7LS 구자홍 등 총수일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8. 8전국 양돈농가 방역태세 미비
  9. 9현대차 싼타페 11만1609대 시정조치(리콜)
  10. 10우리 나라 교량·터널 연장 5744㎞…10년 만에 60% 늘었다
  1. 1부산지검 현직 부장검사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에 붙잡혀
  2. 2윤산터널내 3중 추돌 사고
  3. 3여행용 가방에 7시간 넘게 갇혔던 9살 초등생 끝내 숨져
  4. 4국민 절반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찬성”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9명…수도권에 36명
  6. 6검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
  7. 7주촌면 의료폐기처리시설 사실상 논란 매듭
  8. 8오거돈 성추행 피해자 “사과 받은 적 없다…합의 시도할 시 가만있지 않을 것”
  9. 9북한 황해북도 송림 동북동쪽서 규모 2.5 지진 발생
  10. 10부산지역 여성단체 “오거돈 당장 구속하고 처벌하라” 규탄 목소리
  1. 1독일축구협회, 인종차별 반대 세리머니 지지
  2. 2손흥민 “팀 동료 그리웠다…3주 군사훈련 특별한 경험”
  3. 3‘황희찬 83분’ 잘츠부르크, 리그 재개 첫 경기서 빈 2-0 승
  4. 4KBO, 8월부터 2군에 로봇심판 도입
  5. 5하위 타선도 안 도와주네…식어버린 롯데 방망이
  6. 6ESPN “NC 구창모 주목…5월 활약 미국서도 드문 기록”
  7. 7MLB 구단-노조 연봉 갈등 점입가경
  8. 8메시, 바르셀로나서 1년 더 뛴다
  9. 9세계 1위 고진영, 국내파 독무대 KLPGA 우승컵 들까
  10. 10NBA, 8월 1일 시즌 재개 추진
우리은행
정상도의 '논어와 음악'-세상을 밝히는 따뜻한 울림
제11곡 - 향원
코로나시대 문화계 지각변동
대면공연·온라인 전시관…언택트가 대세다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격자 되기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프로파일러와 영화 보며 ‘진짜’ 범죄 이야기 들어요
오웰 흔적 찾아 떠난 여행담…그의 삶과 작품 얘기해요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동생의 진로. 수국
웹툰 작가의 연애. 빵야
새 책 [전체보기]
그들의 5·18(노영기 지음) 外
산비둘기(권정생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부익부 빈익빈 심화, 해결방안
당신의 전생 누구인지 아는가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숨-망각의 숲’ - 최원규 作
‘오후 6시’ - 조은태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잉어 할아버지가 매일 바쁜 이유 外
콩과 함께 흥미진진한 등굣길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갈대 /배종관
산딸나무 때죽나무 /임태진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영화 제작자 장원석 대표
영화 ‘나는보리’ 김진유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종편이 연 트로트 오디션 열풍…지상파 편승 ·겹치기 출연 논란
일반인 출연자 폭행·불륜·미투 의혹…방송가 속앓이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극장 엘레지
‘사냥의 시간’ 장르도 없고 작가도 없었다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북코칭 전문가의 책 잘 읽는 이야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6월 4일
묘수풀이 - 2020년 6월 3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6월 4일(음력 윤 4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0년 6월 3일(음력 윤 4월 12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上德如谷
進道若退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