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재개봉한 영화 ‘500일의 썸머’ 포스터

여름은 포근한 봄이 지나고 나서야 찾아든다. 처음엔 그 햇살과 기온이 못내 따뜻하고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따뜻함’은 ‘무더위’가 된다. 그리고 여름이 지나면, 어김 없이 가을이 온다. 여름은 그런 계절이다.

2010년 개봉한 영화 ‘500일의 썸머’는 연애를 시작하는 그리고 막 연애를 마친 이들에게 ‘교과서’가 된지 오래다. 갓 시작한 풋풋한 연인에게는 관계의 정의를, 언제나 짧은 듯 길 수밖에 없는 지리멸렬한 연애를 마친 이에게는 관계의 정리에 대한 물음을 건넨다.

영화 속 조셉 고든 레빗과, 주이 디 샤넬이 보여주는 ‘다름’은 서로를 이해하기보다는 이해시키려하는 일반적 관계들의 양상을 가시화시킨다.

처음엔 비슷해서 좋고, 또 달라서 좋았던 것들이 시간이 지날 수록 나와 꼭 같아서 싫고, 또 너무 달라서 싫어진다. 그 일들을 이 영화는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오듯, 또는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듯 전한다.

관계에서 두 사람이 같은 것을 바라고, 같은 곳을 바라볼 때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하지만 서로가 바라는 것이 다를 때,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을 때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대답은 각자의 몫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봄을 지나 여름이 오듯. 그리고 포근함이 어느새 무더위로 느껴지듯, 뻔하고 또 당연하게 여름의 무더위를 지나고 나면 선선한 바람이 부는 서늘한 가을이 온다. 그러니 봄도, 여름도, 가을도 그리고 어쩌면 올 가을도 단 하나 나쁜 것은 없다.

△영화 ‘500일의 썸머’ 줄거리“

“우연은 우주의 이치다!”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운명적 사랑을 기다리는 순수 청년 ‘톰’, 어느 날 회사에 새로운 비서로 나타난 ‘썸머’를 처음 보는 순간 대책 없이 사랑에 빠져든다.

“나는 진지하고 싶지 않아!” 구속 받기 싫어하고 혼자만의 삶을 즐기는 자유로운 여자 ‘썸머’, 누군가의 여자이기를 거부하는 ‘썸머’는 ‘톰’과 친구도, 애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이어간다.

“저기… 우리는 무슨 관계야?” ‘썸머’를 평생 함께 할 천생연분이라 확신하는 ‘톰’.

하지만 어딘지 어긋나고 삐걱대는 두 사람 이제 둘 관계의 변화를 위한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는데…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