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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 근현대 미술, 지역사 관점에서 재조명해야

부산시립미술관 20주년 특별전 제언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5-21 18:38:03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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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미술 태동기 재조명 불구
- 전시 ‘남선미전’ 빠져 아쉬워

- 독자영역 구축한 조선인 작가와
- 종군작가 작품 발굴도 필요
부산시립미술관 개관 20주년 특별전(지난 3월 16일~오는 7월 29일)은 부산 근현대 미술 태동기를 가늠할 수 있는 1부 ‘모던·혼성: 1928~1938’과 2부 ‘피란수도 부산 절망 속에 핀 꽃’을 통해 한국전쟁과 전후 부산·경남 지역사를 관통한다. 식민지 조선과 일본을 잇는 관문 부산에서 미술가들이 어떻게 자리 잡고 성장·확장했는지 단면화시켜 보여준다. 특히 부산 내 조선인 미술단체 춘광회는 부산 거주 일본인 화단 중심에서 독자적 조직을 이뤄 전람회를 열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백미가 아닐까 한다.

   
임응구의 ‘장미’(1930년). 부산시립미술관 제공
하지만 본 특별전에서 아쉬움이 없다면, 이어지는 전시를 기약할 수 없을지 모른다. 1부 전시가 특정 시기(1928~1938년)와 안도 요시시게·임응구에 초점을 둔 이유는 무엇일까. 2부 전시가 정부수립 이전(1945년 8월 15일~1948년 8월 14일) 시기를 생략하고 한국전쟁기로 바로 이어진 점도 아쉬움을 더한다. 또한 부산을 넘어 경남을 아우르는 지역사 관점에서 전시를 열 수 없었을까.

첫째, 부산 근대 미술의 시작은 언제로 잡아야 할까. 근대 초기 ‘부산의 3대 성공자’ 중 하나인 후쿠다 소베(福田增兵衛, 조선시보 사장)는 1916년 6월 자신의 별장 향양원(부산 중구 대청동)에서 야마모토 바이카이(山本梅涯, 일본화 및 서양화) 전시회를 열었다. 부산상업회의소를 세우고 주요 간부를 맡은 일본인 자본가들은 1920년대 일본어 신문 부산일보가 주최한 남선미술전람회(1924~1925), 부산미술전람회(1928~1944) 때마다 전시장소를 제공했다. 일본인 중심 화단이 부산에 뿌리내린 배경에는 일본인 자본가의 후원이 있었다.

1부에서 주목한 안도 요시시게 등장 이전, 남선미전에는 부신 대구 마산 등지에 살던 일본인 작가들이 100여 점을 출품했다. 대표적으로 나리사와(成澤嘉雄, 부산중학교 교사, 동서양화), 이노우에 히토시(井上齋, 마산고등여학교 교사), 후지사와 준이치(藤澤俊一), 요네다 후쿠이치(米田福一), 마쓰다(松田正次) 등이 있었다. 이번 전시에 이들은 왜 빠졌을까. 특히 남선미전은 조선총독 사이토의 양아들 히토시(齋藤齊, 1899∼1961)가 전시장에 방문할 정도로 전국에 알려진 전시였다. 부산 근대 화단에서 일본인 화가 안도 요시시게의 역할을 주목했다면, 남선미전도 추가로 조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조선인 작가들을 한 눈에 볼 기획전 및 학술토론회가 요구된다. 남선미전이나 부산미전은 초기 일본인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29년 2회 부산미전에서 입선한 김성재(‘난’)가 유일한 조선인이었다. 1930년 10월 15일 부산미술협회(일본인 중심 단체), 백양사(부산 내 소학교 교사 동호회), 구성회(부산 서양화 동호회, 임응구가 소속됨) 3개 단체 종합서양화전에 38명의 작품 150점이 출품됐지만, 임응구가 유일한 조선인이었다. 부산양화협회(1932년), 부산양화연구소(1932년·부산미술협회 부설), 부산서양화연구회(1941년), 부산미술연구회 등 여러 미술단체가 조직됐지만 부산 거주 일본 작가 중심이었다.

일본인 중심 부산 화단에서도 정상복과 양달석은 춘광회 발족 전부터 독자 영역을 구축하고자 애썼다. 같은 시기 박생광(진주·동양화) 김남배(부산·이하 서양화) 김재선(부산) 서태노(부산) 이일동(부산) 정내식(거창) 조영제(진주) 등 14명은 부산·경남에서 일제강점기 말까지 활동했다. 양달석(부산미술가동맹 위원장)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활동 작가들은 해방공간부터 한국전쟁 직전까지 개인전과 연합전을 열었다. 부산미전 입선 조선인과 전시체제기 일제에 협력한 작가들 활동까지 포함해 잊힌 부산 근현대 미술사를 촘촘하게 복원해야 할 것이다. 혼란스러운 해방 직후에도 붓을 놓지 않은 많은 작가가 재조명돼야 한다. 일제강점기 부산에서 나온 부산일보·조선시보 색인과 일본에 산재한 문헌을 조사하고, 14명 작가를 모은 기획전 및 학술토론회가 열리면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세 번째, 한국전쟁기 종군작가의 작품을 더 풍부하게 발굴해 전시에 넣지 못한 점이 아쉽다. 2부 전시에서 종군화가로 소개된 양달석과 우신출 등이 남긴 작품도 추가로 발굴·정리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엔군사령부 소속 정훈국은 종군작가들과의 전쟁심리전을 펼쳤다.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한국전쟁 종군작가 관련 문서와 작품이 있는지 조사가 선행됐으면 더욱 탄탄한 전시가 되었을 것이다.

전갑생 서울대 인권센터 연구원

▶전갑생은

서울대 인권센터 연구원, 한국냉전학회 이사 및 역사학연구소 연구원. 공저 ‘주권의 야만(밀항, 수용소, 재일조선인)’ ‘부산의 도시형성과 일본인들’ 등. ‘경남·부산 친일문화예술인 연구’를 계간 ‘함께 가는 예술인’ 6호(2004년)에 발표하는 등 일제강점기 부산·경남 문화사 연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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