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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영화 ‘변산’…청춘 4부작의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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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7-12 18:57:0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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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2018)을 두고 이준익 감독은 ‘동주’(2015)와 ‘박열’(2016)을 잇는, 이른바 청춘 3부작의 마지막 장이라고 말한다. 엄밀히 말해 이 분류는 옳지 않다. ‘사도’(2014)까지 아우르며 ‘청춘 4부작’이라 새로 묶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다. ‘변산’은 마치 ‘사도’의 대칭점이자 수미쌍관을 이루는 영화처럼 보인다. ‘사도’는 임금으로서의 정치 권력을 유지하고자 아들을 희생시키는 아버지 영조와 후계자로서 해야 할 역할만을 강요받을 뿐 가족의 정과 유대의 끈을 상실한 아들 사도세자 간의 이야기다. 이러한 부자(父子) 관계의 양상은 ‘변산’에선 거울처럼 뒤집혀 있다. 가족을 저버렸던 조폭 출신 아버지는 노쇠하여 힘을 잃었고, 가족과 고향의 주박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아들은 마침내 오랜 세월 불화해왔던 아버지를 받아들이고 외면했던 과거와 화해하게 된다.
   
영화 ‘변산’의 스틸컷.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이준익 감독의 영화 속 청춘은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한 채 자리를 찾아 방황하는 군상(群像), ‘잃어버린 세대’(거트루드 스타인)의 연속이었다.

보살핌과 가르침을 주어야 할 (실체적 또는 상징적) 아버지의 자리, 정서적 안정감을 주어야 할 공동체의 자리는 항상 비어있거나 닫혀있다. ‘사도’의 사도세자에겐 군주가 아닌 가족으로서의 아버지에게 다가가는 길이 차단되어있고, ‘동주’의 윤동주는 조국을 잃은 채 ‘육첩방은 남의 나라’에서 번민했다. ‘박열’에서 박열과 후미코, 그들의 동료는 동지라는 유사 가족 관계를 만들지 않고선 뼈를 묻을 자리조차 잡을 수 없는 국외자들이었다. 서자라는 이유만으로 일족과 국가 모두로부터 버림받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2010)의 견자 또한 이러한 뿌리를 상실한 청춘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감독이 바라보는 한국의 청춘들에겐 그들을 감싸고 보듬어줄 아버지-국가 혹은 가족-공동체 따위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만희의 ‘삼포가는 길’(1975)이나 이장호의 ‘어둠의 자식들’(1981)이 그러하듯 한국영화가 방화라 불리던 시절부터 ‘귀향(歸鄕)’의 서사는 익히 있어왔다. ‘변산’ 또한 익숙한 귀향의 모티브를 깔고 전개된다.

출중한 랩 실력을 지닌 뮤지션이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고배를 들이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학수(박정민)는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에 고향으로 내려간다. 아버지가 싫어 서울로 떠났던 학수에게 다시 찾아온 고향의 인연들은 애증이 뒤섞인 채 지워지지 않는 공동체의 기억들을 상기시킨다. 친구, 선배, 아버지 그리고 짝사랑. 반드시 유쾌하지는 않다. 그 안에는 추억이라는 이름만으로 낭만화되기 어려운 상처와 고통, 오욕의 비극적인 색채 또한 선연하다.

그러나 외면해왔고 때론 무성의하게 지나치곤 했던 인연들을 마주하는 순간, 그 또한 자기 삶의 역사였으며 돌아가야 할 장소이자 뿌리였음을 인정하는 순간, 거기서부터 존재의 전환점이 온다. 학수는 자신을 기다려왔던 사랑과 관계에 눈뜨고 아버지와의 갈등을 풀며 마침내 해원(解寃)에 이른다.
   
지역과 공동체에 대한 인간미 어린 향수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큰 효력을 가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돌아갈 자리, 뿌리로서의 공동체를 회복하고, 세대 간의 화해를 요청하는 ‘변산’의 메시지에 더욱 절실함이 실리는 건지도 모른다. 빈곤에 허덕이고 소외로 얼룩진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감독이 건네는, 작지만 감동적인 영화의 위안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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