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박물관 “선화공주”와 상반

100년 만에 재발굴한 전북 익산 쌍릉(사적 제87호) 대왕릉에 묻힌 주인공이 백제 무왕(재위 600~641)일 가능성이 커졌다.

	익산 쌍릉에서 발견된 인골로 백제 무왕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합뉴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18일 익산 쌍릉 대왕릉 내부에서 지난 4월 나온 인골함과 복장뼈·고관절·정강뼈를 공개하고 “인골을 조사한 결과 60대 전후 남성 노인, 키 160~170㎝로 추정되고 사망 시점은 620~659년으로 산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2016년 국립전주박물관이 일제강점기 발굴 조사(1917) 때 대왕릉에서 수습한 치아가 20~40세 여성의 것이고, 신라계 토기가 보인다고 밝힌 것과는 상반되는 결론이다.

익산 쌍릉은 대왕릉, 대왕릉과 180ｍ 떨어진 소왕릉으로 구성됐다. 대왕릉과 소왕릉은 설화 서동요 주인공으로 익산에 새로운 백제를 건설하려 했던 백제 무왕과 그의 부인 선화공주가 각각 묻힌 것으로 오랫동안 알려졌다. 그러나 전주박물관이 2년 전, 대왕릉에 매장된 인물이 남성이 아닌 여성일 가능성이 크고 신라계 토기가 확인된다는 점에서 무덤의 주인이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부여문화재연구소는 무덤 내부에서 나온 인골함을 근거로 대왕릉은 무왕 무덤일 가능성이 크다는 반론을 내놓았다. 대왕릉은 무덤방이 매우 크고 공들여 다듬은 재료로 정교하게 조성됐다는 점에서 그동안 왕릉급 무덤이 확실시됐는데, 여기에 인골 분석 결과도 7세기 초반 사망한 키 큰 남성 노인이라고 나오면서 무덤 주인이 무왕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법의인류학 분석을 맡은 가톨릭의대 이우영 교수는 “치아만으로 성별과 연령을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번에 확인된 인골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전주박물관 치아도 남성 노인의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부여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신라계 토기도 전형적인 신라 토기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비슷한 토기가 익산에서 나온 바 있다”고 덧붙였다. 대왕릉 주인에 대한 또 다른 실마리는 내년 소왕릉 발굴 조사에서 발견될 공산이 크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