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관 되며 변호사 폐업한
- 30년 노동변호사 김선수
- 친일재산귀속·통진당 해산 등
- 자신이 맡았던 재판 변론 통해
- 우리 사회의 작동 원리 풀어내

이 책을 쓴 ‘김선수 변호사’는 지난 2일 취임식을 갖고 ‘김선수 대법관’이 되었다. 1961년생으로 올해 57세인 김선수 대법관은 취임 직전인 지난달 30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폐업’을 신청했다. 대법관 임기(6년)를 마친 뒤에도 변호사로 다시 활동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알린 것이다. 이는 전관예우라는 기득권을 누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대법관 취임에 맞춰 변호사를 폐업한 사례는 대한변협 역사상 그가 처음이라고 법조계는 평가한다.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에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국제신문 DB

김선수 대법관은 1988년 변호사가 됐다. 사회정의와 민주화 그리고 약자 보호를 위해 전설적인 활약을 한 고 조영래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고, 30년간 변호사로 뛰면서 줄곧 사회의 약자 곁을 떠나지 않은 대표적 노동 변호사로 두루 인정받았다. 대법관이 된 그에게 우리 사회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헌법의 현장에서’는 ‘변호사 김선수의 헌법재판 변론기’라는 부제를 달았다. 그가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맡았던 12개 헌법재판의 변론(공개변론 사건 7건, 서면심리 사건 5건)을 상세히 담은 기록이며, 한국 사회에 제출하는 일종의 보고서로 읽힌다. 헌법재판소라는 한국 사법의 중요하고, 높고, 영향력 막강한 기관에서 막중한 사안을 판단할 때 그는 자주 변론을 맡은 변호사로서 그 과정을 지켜봤고 참여했다.

‘헌법의 현장에서’에 실린 헌법재판소 변론 사건을 몇 가지 꼽아보자. ‘뒤늦은 친일 청산 작업: 친일재산귀속법 위헌소원 사건’ ‘현직 대통령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 중앙선관위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선거중립 위반 경고조치 취소 헌법소원 사건’ ‘일개 형사재판만도 못했던 정당해산 재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사건’ ‘헌법에 대한 상식적인 국어 독해만 했어도: 전교조 사립학교법 위헌심판 사건’ ‘헌재가 왜 현대자동차의 재정 상황까지 염려해줘야 하나: 파견법 위헌소원 사건’….

헌법재판소 창립 25주년(2013년) ‘헌재의 역대 10대 결정’ 국민 의견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친일재산귀속법 위헌 소원사건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수십 년을 이어온 복잡한 과제를 법리의 측면에서 어떻게 해결했는지 보여주는 뜻깊은 장면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중립 위반 관련 건은 관행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라는 명분으로 작동하는 낡은 제도가 미래를 지향하는 시도와 어떻게 충돌하는지 보여준다.

이 책은 술술 읽히는 종류는 아니다. 좀 어렵다. 저자가 어렵게 썼다기보다 책의 특성상 딱딱하거나 낯선 법률 용어와 법률 문장이 끝없이 나오고 극도로 논리적인 구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과 법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작동 원리와 본질을 들여다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헌법재판소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판단하는지 세심하게 보여주는 흔치 않은 보고서이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