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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삶이라는 궤적…잠시 탈선해도 괜찮을까

영화 ‘대관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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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9-27 19:03:2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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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람차’(2018)의 중심을 관통하는 화두는 ‘탈선’(脫線)이다. 작중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오랫동안 고수해왔던 삶의 궤적을 벗어나 어딘가로 홀연히 떠나간다. 선박회사 대리로 오사카에 출장 온 우주(강두)는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동물원 사육사로 일하던 하루나(호리 하루나)는 죽은 코끼리의 유골을 고향으로 보내주고자 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바의 주인 스노우는 갖고 있던 보트와 가게를 처분하고 아내와 딸이 기다리는 캐나다로 떠난다. 오사카에서 밴드를 결성해 짧은 우정과 연대의 시간을 보냈던 이들은 각자의 꿈과 소원을 좇아, 아직 알지 못하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향해 인생의 길을 간다.
   
백재호·이희섭 감독 영화 ‘대관람차’의 한 장면.
얼핏 ‘비긴 어게인’(2013) 같은 종류의 음악영화처럼 보이는 ‘대관람차’는 사뭇 의미심장한 함의를 품은 작품이다. 선박 사고로 실종된 직장 선배 대정(지대한)이 우주에게 남긴 (2014년 발행연도인) 500원 동전은 은연중 세월호 사건을 암시하며, 우주와 길거리 공연으로 합을 맞추는 하루나는 동일본 대지진 때 후쿠시마에서 어머니를 잃었다. 밴드를 꿈꾸던 대정을 대신하듯 우주는 손을 놨던 기타를 다시 잡고, 하루나는 아내를 잃은 뒤 음악을 그만둔 아버지를 대신하듯 틈틈이 공연을 준비한다. 다시 말해 둘의 공연은 국가적 재난 상황을 겪고 후유증을 앓는 한·일 두 나라의 피해자들이 한데 뭉쳐, 사라져간 사람들을 추모하고 남은 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위령의 의식인 셈이다.

도입부에서 우주는 관람차 안에 탄 채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장면은 공항에서 하루나를 떠나보낸 뒤 스노우와 근처 바닷가를 거니는 장면에서 지평선 너머의 관람차를 응시하는 것으로 수미쌍관을 이루듯 뒤집혀 있다. 관람차에 탄 승객은 단지 기계의 움직임에 몸을 맡긴 채 가만히 앉아있을 뿐이다. 하지만 내린 다음부터는 자신의 의지대로 어디로든 발길을 옮길 수 있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원환을 그리며 돌아가는 대관람차의 의미는 오사카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전철의 선(線)과도 겹쳐진다. 전철의 승객은 정해진 노선을 따라 오갈 뿐이지만, 내린 사람은 선 바깥의 면(面)을 향해 이탈할 수 있다.

관람차의 이미지는 경로를 벗어나지 않는 모범적 시민의 삶의 정상성, 나아가 국가 시스템에 대한 은유로까지 비약한다. 세월호와 후쿠시마는 사회구성원의 생명과 안전, 일상의 평화를 책임져야 할 국가의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음을 폭로한 사건이었으며, 관람차에 올라탄 승객처럼 법과 규율에 순응하며 살아오던 양국 시민들은 시스템의 부재, ‘모든 시민의 난민화’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충격적인 사건을 겪고 외상을 입은 사람들은 다신 그 이전의 삶,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안정된 삶의 경로를 보장하던 공동체에 대한 신뢰가 깨진 뒤 남은 길은, 그로부터 이탈해 삶의 자기 결정권을 찾는 게 아닐까. 영화는 바로 이 점을 질문하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결말은 씁쓸한 뉘앙스를 남긴다. 비록 ‘대관람차’의 인물들은 퇴사하고 여행길에 오르며 국외자의 삶을 택하지만 그들의 미래엔 어떠한 대안도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근대 국가의 이념이 무기력해진 사회상에 대한 한 영화적 반영. 비록 소규모 독립영화이지만 ‘대관람차’가 품고 있는 함의만큼은 절대 작지 않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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