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미술시장 불황 반영”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 작가의 그림 ‘시장의 사람들’(사진)이 21일 열린 케이옥션 경매에서 작가 최고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유찰됐다. 케이옥션은 11월 경매의 하이라이트로 관심을 모았던 ‘시장의 사람들’ 경매가를 39억 원에 시작했으나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의 추정가는 40억~55억 원이었다.
‘시장의 사람들’(24.9×62.4㎝)은 1961년 장터의 사람들을 그린 작품으로 박수근 특유의 화강암과 같은 독특한 마티에르(질감)와 단순한 검은 선의 기법이 도드라진다. 12명의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 작품은 박수근을 존경하던 외국인이 40년간 소장해오다 한국인에게 되판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근의 기존 최고가 작품은 2007년 낙찰된 1959년 작 유화 ‘빨래터’(45억2000만 원)였다. ‘빨래터’는 한국 현대 미술품 경매 최고가 9위에 올라 있다.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보유한 김환기(1913~1974) 작가의 작품 ‘22-X-73 #325’는 이날 30억 원에 낙찰됐다. 이번에 낙찰된 작품은 작고를 1년 앞둔 1973년에 제작된 것으로 한평생 그의 화업의 주조 색이었던 청색을 회색조로 물들이며 지나온 삶을 관조한다. 또 김환기의 1958년 작 ‘무제’도 12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번 경매에선 박수근 외에도 김환기, 장욱진, 이우환 등 근현대 수작이 다수 출품됐지만 유찰되거나 예상가를 겨우 넘기는 작품이 많았다.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는 추정가 6억5000만 원에 미치지 못한 6억 원에 낙찰됐으며, 김환기의 ‘형상’ ‘VI-VII-66’, 백남준(1932~2006)의 ‘Beuys Vox’ ‘Robot Globe’ 등은 유찰됐다. 그림 경매 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지표다. 지역의 한 갤러리 대표는 “1차 시장인 갤러리의 기획 전시가 크게 줄어드는 등 미술 시장이 불황을 맞고 있다. 이번 경매 실적도 이런 불황을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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