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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이상헌의 부산 춤 이야기 <3> 김평수의 춤 작품 ‘Fifty minutes-가득 찬 시간’

춤으로 사람과 소통하고 싶은 예술가, 사회 공감부터 얻어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11-27 19:17:09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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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분을 빈틈없이 춤으로 채워
- 몸 하나로 생명의 순환 표현
- 장애인 대상 예술교육 실천 등
- 폭넓은 사회활동으로 관객 몰이
- 예술가들 ‘재능연대’로 힘 보태

지난 24일 부산 중구 민주공원 소극장에서 김평수의 ‘Fifty minutes-가득 찬 시간’이라는 개인 춤판이 열렸다. 시간은 양이 아닌데도 가득 찼다고 한 것은 아마 충분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하나의 주제로 혼자 춤추기에 50분은 벅찬 시간이다. 춤을 추고 나서 호흡이 남아있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그의 평소 스타일로 유추하자면 이 제목은 50분을 빈틈없이 춤으로 채우겠다는 선언일 수 있다.
춤꾼 김평수는 자기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면서 공연 내내 관객이 작품에 몰두하게 한다. 사진은 지난 24일 열린 김평수의 ‘Fifty minutes-가득 찬 시간’ 공연 모습. 사진가 이인우 제공
관객이 입장할 때, 무대에는 빛이 나는 내용물이 가득한 비닐봉지가 쌓여있다. 공연이 시작하면 마치 씨앗이 발아하는 것처럼 봉지가 꿈틀거리고 봉지 더미 아래 춤꾼이 서서히 몸을 드러낸다. 김평수는 생명의 순환을 이야기한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고 그 끝에 또다시 봄이 오듯 생명은 소멸하면서 또 다른 탄생에 자리를 비켜준다는 내용이다. 변화와 차이를 끝없이 생성하는 시간의 핵심을 몸 하나로 지독하게 표현한다.

지독한 표현이란 자기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그의 춤추는 방식을 말한다. 춤을 포함한 공연예술의 중요한 특징은 시간성이다. 시작부터 흐름을 끝까지 함께하지 않으면 작품을 이해할 수 없는데, 관객을 작품 흐름에 잡아두는 일은 창작자의 몫이지 관객 책임이 아니다. 김평수는 공연 내내 관객이 눈 돌릴 틈을 주지 않고 작품에 몰두하게 한다. 그의 공연에서 커튼콜은 춤꾼과 관객이 턱까지 찬 숨을 함께 내려놓은 순간이다. 자신에게만 지독한 것이 아니라 관객도 지독한 감상을 경험하게 한다.

김평수는 몇 년 동안, 반성문, 일기장, 씨앗에서 새싹까지 이 작품의 소주제가 된 여러 소품을 차근차근 창작하였다. 이들을 엮어 다듬은 것이 이번 작품이다. 소품을 수시로 창작해 두었다가 그것을 하나의 큰 주제에 연결하거나, 하나의 소품에서 이용한 주제를 더 길고 깊게 발전시키는 방식은 여러 예술가가 쓰는 방식이다. 김평수의 작품은 부산 춤판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번 공연에서 주목할 것은 작업 방식과 관객층이다. 이 공연에서 예술가들은 ‘재능연대’로 예산의 몇 배 효과를 만들어 냈다. 재능연대는 재정 기반이 약한 예술가끼리 연대감을 갖고 최소의 보수로 각자 작품에 힘을 보태는 개념이다. 기부라는 허울로 예술가를 착취하는 재능기부와는 다르다. 재능연대가 가능하게 하려면 예술적, 인간적 관계 형성이 우선 되어야 한다. 김평수의 작업은 예술가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연대는 지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부산 공연예술 판에서 예술가를 버티게 하는 중요한 지지대 중 하나다.

장애인 예술교육, 춤을 통한 현실 참여, 예술정책 등은 김평수가 관심을 두고 실천하는 분야다. 이런 관심과 폭넓은 사회활동 때문에 그의 공연을 찾는 관객은 나이와 직업이 다양하다. 일반적인 홍보 방식의 한계를 아는 상황에서 춤 공연 관객 개발에 참고할만한 사례이다. 춤과 춤꾼이 먼저 다가가야 사람들이 극장을 찾는다. 물론 모든 춤꾼이 그처럼 행동하란 뜻은 아니다. 다만, 앉아서 찾아오지 않는 관객의 수준을 탓하지는 말아야 한다.

예술가의 사회 참여를 두고 어떤 사람은 예술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쓸데없는 데 힘을 낭비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예술가는 사회 변화에 민감하며, 안정된 상태를 의심하고 늘 변화를 꿈꾸는 존재다. 타인의 삶에 공감하는 정도가 뛰어나 개인의 고통을 사회의 아픔으로 확산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들이 하는 행위가 바로 예술이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공동체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면서 사회가 숨기거나 외면하고 배제한 것을 들쑤시고 다닌다는 뜻이다.

김평수와 같은 젊은 예술가의 활동은 춤의 사회적 역할을 생각하게 한다. 춤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으면 춤만 춰서는 안 된다. 자기도취에서 벗어나 왜 우리가 춤추는지부터 공감을 얻어야 한다. 춤을 위한 사회는 없다.
춤 비평가·민주주의사회연구소 연구원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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