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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경계와 차별을 포착하다

조선족 3세 사진작가 심학철, BMW포토스페이스서 사진전

  • 국제신문
  •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  |  입력 : 2019-01-22 18:47:0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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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만강 풍경에 감춰진 국경선과
- 사회서 소외된 노동자 일상 찍어
- 풍경 아닌 장소의 의미 되새겨
얼핏 보기에는 나무가 울창한 고즈넉한 강변 풍경이다. 그러나 강가에 앉아 사색하듯 사진 속 강 건너편을 들여다보면, 멀리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라는 북한의 정치선전 구호가 눈에 띈다. 편안하게 보이는 풍경 속에 미묘한 기운이 감돈다. 심학철의 작품 ‘두만강변의 황소’다.
   
심학철의 ‘경계의 땅-두만강 시리즈 ’중 ‘도문해관교’. 고은사진미술관 제공
부산 해운대구 중동 BMW 포토 스페이스는 올해 첫 번째 전시로 심학철의 ‘경계’ 전을 오는 3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경계의 땅-두만강’과 ‘이방인’ 두 시리즈를 통해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국경선과 차별의 경계를 시각화한 사진 작품을 선보인다. BMW 포토 스페이스는 사진 전문미술관인 ‘고은사진미술관’의 후원을 받아 국내외 신진 및 중견 작가를 발굴해 무료로 소개하는 전시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심학철의 ‘경계의 땅-두만강’ 시리즈 중 ‘두만강변의 황소’(위)와 ‘이방인’ 시리즈.
심학철(46)은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난 조선족 3세 사진작가다. ‘경계의 땅-두만강’은 그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연변에서 두만강의 모습을 기록한 작업이다. 관조적 태도로 멀리서 바라본 강변 풍경은 얼핏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사진으로 다가오지만, 작가의 주관적 시선을 따라 천천히 바라보면 마치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는 사물들이 보인다. 강 건너편 야산에 피어오르는 연기, 인적이 없는 마을, 나무가 없는 민둥산, 국가의 경계 지점을 유영하는 유람선, 병풍처럼 펼쳐진 산등성 아래로 보이는 철조망, 정치적 구호가 적힌 커다란 간판 등을 둘러싼 풍경은 문화, 역사적 상황, 개인적 감정이 중첩돼 있다. 이러한 점들이 그의 풍경 사진을 독특하게 만든다. 심학철은 보이지 않는 국경선처럼, 단순한 풍경 사진을 넘어 장소가 가진 숨은 의미를 찾아낸다. 그는 작가 노트에서 “내 작업을 다큐멘터리 형식의 사진으로 분류하고 싶지는 않다. 이들 사진은 나의 주관적 감성이 묻어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내게 머문 시선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의 땅을 흐르는 강물이다”고 설명했다.

‘이방인’은 작가가 한국에서 수년째 공장 생산직,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로 생활하며 만난 인물과 풍경을 담고 있다. 현장에서 기계처럼 움직이는 육체보다 힘든 것은 노동자에게 가해지는 차별이다.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에게는 더욱 혹독하다. 작가는 타지에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과 함께 현장에서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다양한 군상을 보여준다. 그것은 소외에 대한 응시이자 말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속삭임과 같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초상, 식사 시간, 현장에 누워 잠을 청하는 장면 등 일상의 모습과 씁쓸한 풍경의 교차를 통해 일어나는 감정적 울림은 두만강의 풍경과 묘하게 겹친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객관적 기록이기보다는 주관적 시선으로 지리적, 물리적 경계를 바라보고 있는 ‘경계의 땅-두만강’과 노동의 현장에서 느끼는 차별에 대한 인격적, 사회 문화적인 경계를 담아낸 ‘이방인’. 작가의 풍경은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라고 자꾸만 말하고 있다. 일요일 휴관. (051)792-1630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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