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신문 기자의 극지 체험기
- 만년빙 팥빙수 같은 별미부터
- 이글루 만들기 등 생존비법까지
- 몰랐던 미지의 세계 친숙히 접근

국제신문 오상준·박수현 기자가 낸 ‘남극이랑 카톡하기’는 ‘남극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질까?’란 질문을 던진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남극이나 북극은 몹시 춥고 해가 뜨지 않는 극야와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번갈아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이미지를 지닌 미지의 세계다. 이 책은 그동안 알려진 고리타분한 남극 대신 누군가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 한 번쯤 가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남극 장보고기지 인근 황제펭귄 서식지를 찾은 연구원들이 황제펭귄과 산책을 하고 있다.박수현 선임기자

책을 낸 두 기자는 2년 동안 기획기사 ‘부산을 극지 연구 허브로’를 연재했으며 2015년 남극 장보고기지에 일주일간 체류하면서 남극 현장을 취재했다. 그 결과물이 이 책이다.

우선 앞의 질문에 답을 하자면 남극에서도 와이파이가 터진다. 남극 장보고기지는 부산과 1만2439㎞ 떨어져 있지만 KT에서 위성통신 안테나를 설치하고 인천에 있는 극지연구소와 연결되는 전용선을 확보해 와이파이가 터진다. 덕분에 인터넷,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국내 전화요금으로 통화도 가능하다. 1988년 우리나라 최초로 세종과학기지가 세워졌을 때 1분에 1만 원을 내고 국제전화를 사용했던 상황과 비교하면 남극은 더는 오지가 아니다.

이 책은 다양한 시각으로 읽을 수 있다. 우선 남극 여행 가이드 느낌이 물씬 난다. 남극으로 가는 방법, 남극 마을 소개(미국 맥머도 기지에는 최대 1600명이 상주한다), 만년빙을 이용한 팥빙수와 열무국수 등 남극 별미가 등장해 이만한 남극 여행 안내서를 찾기 어렵다. 여기에 악천후를 만났을 때 이글루를 제작하는 방법 등이 담겨 있으니 ‘극지 생존 비법’ 정도로 읽어도 무리가 없겠다.

웨델해표.

또 대한민국의 남극 도전 역사를 살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남극 대륙을 처음 밟은 주인공은 이병돈(1928~1995) 전 부산수산대(현 부경대) 교수다. 부산 사나이들의 도전 의식과 열정이 남극 탐험 곳곳에 배여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남극 생태 보고서 역할도 한다. 남극의 상징인 펭귄부터 해표 등 다양한 생물을 만날 수 있고 극지 환경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독자가 지루하지 않게 곳곳에 남극과 관련한 상식들을 펼쳐놓았다. 가령 남극에 냉장고가 필요할까? 정답은 ‘필요하다’ 이다. 이유가 궁금하면 책을 보면 된다. 한마디로 이 책을 정의하면 남극 입문서로 적당할 듯하다.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