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타지아’ 신작 30여 점·풍경화 선봬
- 세계 곳곳 야생화 반추상적으로 표현
- ‘두드리는 기법’ 적용 힘 있게 그려

우리나라 수채화의 새로운 경지를 연 것으로 평가받는 정우범(73) 작가는 미국 유럽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채집한 야생화를 반추상 기법으로 작업한 ‘환타지아(Fantasia)' 시리즈로 알려져 있다. 그의 수채화 속에는 다른 작가와 확연히 구별되는 작품 세계가 있다. 작가는 ‘아르슈’라 불리는 수채화용 종이에 물을 바르고, 유화 붓을 짧게 잘라 만든 붓끝에 안료를 발라 툭툭 치면서 작업한다. 그러면서 물감이 서로 미묘하게 엉키고 번지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묵직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수채화다.

	정우범 작가의 ‘환타지아’ 신작. 작가는 붓끝에 안료를 발라 툭툭 치면서 작업해 물감이 엉키고 번지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타워아트갤러리 제공

부산 연제구 타워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관 35주년 기념전 ‘정우범 수채화 초대전’은 작가만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완성한 ‘환타지아’ 신작 30여 점과 겨울 서정이 흠뻑 느껴지는 풍경화, 정물 그림 등을 선보인다.

수채화는 연필로 스케치하고 수채 물감으로 투명하게 칠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수채화의 투명함과 가벼움을 벗어나 힘 있는 수채화를 만들고 싶어 한 작가는 두드리는 기법인 ‘스트로크(Stroke)'를 고안했다. 또 수채화 물감과 아크릴 물감을 혼합한 ‘아쿠아 아크릴’을 사용해 유화 못지않게 색감이 깊고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정 작가는 “물감을 얹는 게 아니라 붓으로 두들기고 문지르면서 화폭에 스며들도록 하기 때문에 기존 수채화보다 색의 밀도가 높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농담 효과를 주기 위해 색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면서 변화무쌍한 번짐 효과를 낸다. 다양한 형태의 붓으로 두들기며 덧칠하는 방식으로 색이 자연스럽게 섞이고 작품의 생명력을 더해 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독특한 화풍으로 작가는 기억에 의해 해체하고 조합한 반추상의 풍경화를 만들어냈다. 그는 “작은 들꽃이 미물과 어울려 있는 모습이 마치 인간 사회와 같다. 조화롭게 살아가는 야생화의 모습을 통해 평화와 행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봄꽃이 만개하는 5월, 환상적인 꽃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는 전시다. 오는 10일 까지. (051)464-3939

정홍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