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이는 야구가 싫다. 다정하기만 한 아빠가 TV로 야구 중계를 볼 때면 괴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친구들과 야구를 해 본 다음부터 재미를 느끼게 된다. 아빠는 그린이가 야구에 관심을 보이자 신난다. 한달음에 마트에 달려가 그린이에게 딱 맞는 글러브와 물렁한 야구공을 준비한다. 또 공을 어떻게 던지고 받으면 되는지 알려주는 한편, 야구 티켓을 사는 일도 잊지 않는다. 아빠의 소원 중에 하나는 ‘아들과 야구장에 가기’였기 때문이다.
그린이는 야구장에 가자는 아빠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야구장 치킨을 사 주겠다는 꼬임에 넘어간다. 야구장에 간 그린이는 아빠랑 멋진 야구 유니폼도 맞춰 입고,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는 야구장 치킨도 먹는다.

“아빠, 투수가 공을 포수한테 안 던지고 관중석으로 던지면 어떻게 돼?” “홈런을 쳤는데 공이 반으로 쪼개져서 한쪽은 운동장에, 다른 한쪽은 담장 너머로 넘어가면 그건 홈런이야?” 경기가 시작되자 아빠에게 엉뚱한 질문들을 늘어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질문 공격에 아빠는 땀을 뻘뻘 흘린다.

그린이는 야구장에 치킨을 먹으러 갔지만 경기장의 활기찬 분위기에 들떠 아빠와 함께 멋지게 파도타기 응원도 하고, 상대 팀의 재미난 응원도 따라하며 야구장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만끽한다. 9회 말 그린이와 아빠가 응원하는 쌍둥이 팀 마지막 타자가 타석에 오른다. 안타 하나면 역전승을 할 수 있지만, 타자의 방망이는 허공을 가르고 경기는 그대로 끝난다. “야구장 괜히 왔네!” 그린이는 아빠가 괴물로 변했을까 눈치를 보며 투덜거린다. 하지만 아빠 얼굴에는 활짝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아빠인 저자가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그림책 연작이다. ‘틀리면 어떡해?’ ‘지원이와 병관이’ 등의 책으로 세상의 모든 아들들에게 ‘틀려도 괜찮아’ ‘못해도 괜찮아’라는 위로를 넘어 ‘할 수 있어’라는 격려를 전했다. 이번 책에서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속삭이고 있다.

책은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게 선사한다. 등장인물의 표정에 감정이 익살스럽게 담겨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하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