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식 줄이기 주장한 플라톤부터
- 통조림 음식 즐긴 사르트르까지
- 철학자들 괴짜 식성 들여다보고
- 소비자 현혹 글로벌기업 고발도

제목처럼 음식의 역사·경제·정치·윤리는 물론 환경·영양·다이어트·레시피 등 먹는 행위와 관련한 대부분을 서술하는 교양서다.
철학자들은 ‘최초의 음식 평론가’다. 우주의 본질, 진리, 좋은 삶을 사는 방법만큼 ‘무엇을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두고 누구보다 깊은 사색을 해왔기 때문이다. 플라톤은 약 2000년 전에 고기로 인한 자연파괴와 전쟁을 예견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끼니마다 고기를 먹으려 한다면 사료 탓에 음식이 부족해지고 결국 자연이 파괴돼 자원을 얻기 위한 경쟁 끝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신선한 과일과 견과를 권했다.

음식과 관련한 괴짜 같은 주장을 하는 철학자도 수두룩했다. 자연주의자 장 자크 루소는 제철 과일과 채소를 즐겼다. 인간이 자연을 조작하면 괴상한 것이 만들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실존주의자 장 폴 사르트르는 반대였다. 인간의 생각과 의지를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농산물을 인간의 개입이 너무 적고 과도하게 자연적이라며 꺼렸다. 단 통조림에 든 채소와 과일은 인위적이라며 좋아했다. ‘미래파’ 예술운동을 하던 사람들은 괴상한 음식을 먹었다. 그들은 매끼 식사에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부여하기 위해 재료를 특이하게 결합하고 괴상한 이름을 붙이는 데 열중했다. 닭의 배 속에 자동차 부품의 일종인 볼베어링을 채우고 오븐에 구운 다음 크림을 얹는가 하면, 달걀의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이혼한 달걀’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식이었다.

저자는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거나 식품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숨기는 음식 정보도 들춰낸다. 물을 더 마셔야 한다는 취지의 연구들 중 최초의 연구는 브랜드 생수를 생산하는 업체 ‘네슬레 워터스’가 자금 지원을 했으며, 두 번째 연구는 네슬레의 자회사로 연구 서비스를 네슬레에 제공하는 회사인 ‘네스텍’이 후원했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연구는 자본이 인도하는 길을 따라간 셈이다. 물은 몸이 원하는 만큼 마시면 된다.

지방은 백해무익하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헬스장에 가면 흔히 움푹한 뺨, 주름살, 퀭한 눈 등 무시무시한 일명 ‘헬스클럽 얼굴’을 보게 된다. 살을 뺀다며 지방 섭취를 멀리했기 때문이다. 지방은 피부와 머리카락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음식을 먹을 때 지용성 비타민이 잘 흡수되도록 한다.

식품 기업은 이렇게 지방을 싫어하는 소비자를 현혹하는 제품을 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저지방 요구르트 등 ‘저지방’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식품이다. 지방 함량은 적지만 더 살을 찌게 만드는 가짜 건강식품이다. 지방을 줄이면 맛도 줄어드는 법. 제조업체들은 액상 과당 등을 제품에 넣어 맛을 향상시키는데, 이 첨가물은 지방보다 훨씬 몸에 해롭다.

저자는 음식을 먹기에 앞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어떻게 하면 건강하고 행복한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구분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나 스스로 식단과 생활 방식에 긍정적인 변화를 시도하도록 돕는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