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지급하는 예산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삭감됐다. 부산시의 영화제 지원금이 10년 가까이 동결된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 집행 여부까지 불투명해 올해 BIFF의 ‘고난의 행군’이 예상된다. 

영진위는 올해 국제영화제 육성지원 사업 지원 현황을 공개하면서 BIFF에 12억800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영진위의 BIFF 지원금은 14억9000만 원으로, 특성화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예산 1억4350만 원을 포함하면 모두 16억3350만 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BIFF가 영진위로부터 받을 지원금은 이보다 21% 정도(3억5350만 원) 줄었다. 

올해 영진위가 전국의 7개 국제영화제에 책정한 지원금은 지난해와 같은 40억 원이다. 하지만 영진위는 재작년(총 5억4000만 원)과 지난해(총 5억5000만 원) 이어온 특성화 프로그램 사업비 지급을 올해 중단해 일부 영화제의 총 지원금 감소 원인으로 작용했다. 

BIFF의 경우 영화제 본예산이 지난해 14억9000만 원에서 올해 12억8000만 원으로 줄어든 데다 지난해 받은 특성화프로그램 예산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반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지원금이 지난해 1억4000만 원에서 올해 2억 원으로 늘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도 올해(4억5000만 원) 지난해(4억3300만 원)보다 1700만 원 더 많은 지원을 받았다. 영진위는 “영화제의 정체성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원금을 책정했다”고 심사 총평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BIFF는 올해 영화제 구성과 운영에 어려움을 우려한다. 예상 밖의 예산 삭감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BIFF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영진위 본예산 지원 규모가 15억 원 안팎을 유지했는데, 올해는 이례적이라 해결책을 고민 중”이라며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작게나마 오프라인 영화제를 열었다. 135회 GV(관객과의 대화)도 열악한 상황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횟수였다. 지원금이 늘어난 다른 축제들이 지난해 두드러지게 훌륭한 비전을 보여줬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진위 측은 “심사위원단의 평가로 지원금 규모가 결정된다. 각 영화제의 지원 규모가 매년 같을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BIFF가 시에 요청한 추경 예산 8억여 원의 지급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가 올해 BIFF에 지급할 본예산은 50억5000만 원이다. 시는 BIFF의 요청을 받아 이 예산의 최대 30%를 인건비나 일반 운영비로 쓸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확대 적용해 BIFF의 고질적인 인건비 부족 문제를 해소하려 했다. 대신 시 예산실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BIFF 사업비 증액을 하지 않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통상 추경 예산을 포함해 BIFF에 연간 60억 원 안팎을 지원했으나 올해 지원 규모가 이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 관계자는 “새 시장 체제에서 사업은 많은데, 재원은 한정돼 추경이 쉽지 않다”며 “지난해 과년도 차입금 미지급 등을 이유로 BIFF가 47억4000만 원으로 행사를 치러 어려움이 있었다. 올해 영진위 지원금이 감소한 것을 염두에 두고 지원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