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고전은 후대 여러 분야에 두루 영향을 미쳤다. 문학 부문에 내린 빛이 한결 찬란하다. 1위 수혜 대상이 인류·민속학이 아니어서 수긍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을 서너 쪽만 읽어보면 프레이저가 성찰 깊은, 수려한 글을 쓰는 문필가임을 알게 된다.

윌리엄 터너 작 ‘황금가지’(1834년). 프레이저에게 신화적 상상력을 제공한 그림이다.

1장 ‘숲의 왕’에서 저자는 “이제 우리는 이탈리아 해안을 뒤로 한 채 순풍에 돛을 달고 항해를 시작하기로 하자”며 우아하게 ‘황금가지호’를 출범시킨다. 마지막 69장 ‘네미여 안녕’. 기나긴 항해를 끝낸 프레이저 선장은 격정을 실어 마지막 문장을 썼다. “왕은 죽었다. 왕이여, 만세! 아베 마리아!”

‘우리가 원시인에게 빚진 것(23장)’은 명문 에세이다. 원시 문화를 현대인이 자기기만·부정하는 시선을 꼬집었다. 이성(理性)으로 옛사람들(원시인) 소리를 경청해야 한다는 논지.

T.S.엘리엇은 저자에게 매료된 문인 중 한 명. ‘황무지’ 주석에 ‘황금가지’를 인용해 존경심을 나타냈다. 예이츠, 토머스 하디, 테니슨, 에즈라 파운드, 조지프 콘래드, D.H. 로런스도 프레이저에게 영향받은 문인.

프레이저가 주술론에 쓴 은유와 환유 개념은 언어학(로만 야콥슨)과 신화학(레비스토로스) 이론으로 건너와 그쪽 지평을 넓혔다.

반면 프레이저는 ‘반기독교적 우상파괴자’ ‘사회적 맥락을 도외시한 주지론자’ ‘안락의자형 인류학자’ 같은 질타도 받았다. 비트겐슈타인은 프레이저 비판에 가차 없었다. 프레이저는 자신이 빚은 오류들을 인정하면서 “오류는 잘라내도 끊임없이 자라는 히드라”라는 말로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