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사슴이 묻는다. “아빠 하늘에 저 구멍은 뭐에요?” 아빠 사슴은 “네 마음에 있는 거란다”고 말한다.

조영재의 ‘꽃이 피어나다’ 갤러리GL 제공

동화의 한 대목 같은 이 대화는 조영재 작가의 그림 속 주인공 사슴의 이야기다. 눈부신 색의 향연이 벌어지는 환상의 숲에서 꼬마사슴은 날로 성장한다. 위태로운 순간도 맞지만, 극복할 때마다 하늘의 구멍은 점점 작아졌다. 동화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조영재의 개인전 ‘TIMELESS 순간과 영원’이 열리는 부산 사상구 갤러리 GL에서 오는 30일까지 확인할 수 있다.

사슴 동화는 작가가 이탈리아 제노바 산타마르게리따에서 전시할 때 관객으로부터 선물받은 글이다. 평소 환경에 관심이 많던 도나도니 파울로 시장이 빛의 입자 하나하나가 생동하는 듯 자연을 담아낸 그의 그림을 보고 헌사했다. 파울로 시장의 동화와 조영재 작가의 그림은 동화책으로도 만들 예정이다. 이에 앞서 이번 전시 도록을 작가의 그림과 글이 어울리는 그림책으로 제작했다.

갤러리GL은 작가의 작품 6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빛 잔치가 열린 듯 화려한 과거작에서 몽환적인 푸른 빛에 집중하는 최근작으로 이어지는 작품 변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나뭇가지나 잎 등은 점차 빛의 덩어리처럼 비구상 경향을 보이는 반면, 참새나 멧새 사슴 등은 털 하나하나 세밀한 붓질로 정밀묘사하는 변화가 흥미롭다.

작품 속 새는 모두 작업실이 있는 산성마을 인근에서 직접 관찰한 동물이다. 금정산 파리봉이나 산책로인 듯한 풍경도 보인다. 자기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을 함부로 상상하지 않는 부산 형상미술 작가의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흔한 소재임에도 그의 작품이 신비로운 건 색채 때문이다. 창의적인 색채는 어딘가에 있을 법하지만,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 환상적인 숲의 모습을 펼쳐낸다.

그에게 자연을 그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인간도 ‘자연의 일부’ 입니다. 그러나 오만한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려 하죠. 자연과학과 우주과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질 수밖에 없어요. 캔버스에 자연을 담는 작업은 조화로운 지구를 외치는 제 나름의 소통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