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만에 해운대 특설무대서 행사
- 내년 무대공간·시민참여 늘릴 계획

“스페인 컴파니아 안토니오 나하로 무용단의 플라멩고 개막식 공연 때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브라보’를 외치고 기립박수를 쳤어요. 무대 뒤에서 그 장면을 보고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팬데믹 상황에서 행사를 치렀다는 것 만해도 큰 의의가 있었고, 또 다른 가능성과 희망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부산국제무용제 신은주 운영위원장이 앞으로의 활동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원준 기자

부산국제무용제 조직위원회 신은주(55) 운영위원장은 지난 3~5일 열린 제18회 부산국제무용제(BIDF)의 소회를 이렇게 털어놨다. 올해 BIDF는 부산 해운대 해변 특설무대에서 3년 만에 다시 화려한 춤의 향연을 펼쳤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았다. 해변 특설무대에서 열리기로 한 폐막식 공연이 우천으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으로 장소가 변경된 것이다. 신 위원장은 “바다를 배경으로 춤을 완성하는 것이 BIDF의 상징인데 기후변화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면서 “일기예보와 달리 폭우가 쏟아져 조직위원들과 긴급 논의를 거쳐 행사 장소를 변경하고, 영화의전당의 협조로 빠른 대응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BIDF는 부산시민의 축제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공연예술 마켓인 캐나다 몬트리올의 ‘시나르’, 독일의 세계 최대 무용박람회 ‘탄츠메세’, 일본 도쿠시마에서 열리는 민속무용 축제 ‘아와오도리’ 역시 시민의 협조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신 위원장은 “세계적인 축제에 가보면 성공 여부가 시민의 문화 의식에 달려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시민의 협조를 통해 축제가 완성된다”고 부산시민의 성숙한 문화 의식을 부탁했다.

올 하반기에는 전문 무용인을 위한 행사를 준비한다. 오는 9월에는 BIDF 국제안무가 캠프가 진행될 예정이다. 신 위원장은 “BIDF 국제안무가 캠프는 부산의 젊은 창작자들과 세계를 연결할 고리 역할을 하기 위해 올해 처음 만든 행사”라면서 “많은 청년이 부산을 떠나는 상황이지만 어떤 환경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부산은 춤의 고장이다. 춤의 고장을 다시 부흥시키기 위해 젊은 창작자를 위한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2022 AK(Arts Korea)21’ 국제안무가 육성 경연 결선에 오른 5팀 중 4팀이 폴란드, 미국 등 해외무대에 작품이 초청됐다. BIDF가 국제적 안무가로 도약하는 기회를 제대로 제공한 셈이다. AK21은 부산 무용계의 역량 있는 안무가 발굴을 위해 진행하는 장학사업이다.

신 위원장은 벌써 내년 BIDF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신 위원장은 “내년에는 해변 특설무대와 더불어 부산의 특색있는 공간에서의 행사 개최 횟수를 확대해 시민 참여 기회를 더욱 늘리겠다”며 “전 세계 무용인들의 마음을 모아 부산이 세계로 이어지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축제로 만들기 위해 정성과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취임한 신 위원장은 경성대 무용학과 출신으로 부산국제춤마켓과 세계전통춤축제 등 부산에서 굵직한 국제 무용행사를 개최한 경험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