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관조의 경지에 이르면 지극히 아름다워집니다. 인간이 아름다운 것은 이런 슬픔을 머금고 있기 때문이죠.”

이언옥 작가의 개인전 ‘슬픔의 질감’에서 선보인 작품. 부산 북구의 한 낡고 허름한 골목을 배경으로 사과가 작은 점처럼 놓여 있다. 작가 제공

부산 북구 갤러리 프린체에서 이언옥 작가의 사진전 ‘슬픔의 질감’이 다음 달 9일까지 열린다. 교육공동체 협동조합 ‘고치’의 대표이기도 한 작가의 첫 개인전이다.

카이스트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는 대기업을 그만두면서 부산에 내려와 공부방을 열고 10여 년간 청소년·청년들과 공동체를 꾸려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돌보지 못한 내면의 슬픔을 해소하기 위한 해방구로서 사진 작업에 몰두하며 길어낸 작품 2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작가는 “어느 날 찾아온 번 아웃을 극복하기 위해 사진에 의존했던 시기의 작품들”이라며 “어떤 의지를 가지고 찍지 않았지만 사진은 생의 전반에 남몰래 흐르고 있던 슬픔을 들춰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작품은 ‘하나’라는 과제에 집중한다. 하나의 사과 꽃무리 강아지 등. 이들을 완전한 주인공으로 마주하고 자신과 소통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과정이다. 이러한 작가의 태도는 공동체 활동을 지속해온 동력이기도 하다. 내 앞의 한 사람에게 집중해 그의 결핍을 알아보고 선의와 적극적으로 반응해 왔다.

작품을 내놓는 게 쑥스럽지만 관람객과 사진을 두고 나누는 대화는 즐거운 경험이다. 크고 낡은 벽을 배경으로 작은 점처럼 놓인 사진을 보고 ‘부엌이나 식탁이 아닌, 엉뚱한 곳에 있는 사과가 마치 나의 처지와 같다’는 제자에게 ‘이렇게 큰 벽을 두고도 사람들은 사과에 집중해. 결국 작은 사과가 큰 벽을 장악하는거지. 작아도 대단한 존재가 될 수 있는거야’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는 그다. 오는 25일 오후 3시 갤러리에서 작가와의 대화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