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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꺾지 못한 열정…유럽 등 수작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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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희 기자 shchoi@kookje.co.kr
  •  |   입력 : 2022-09-29 18:24:18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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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프터썬’ ‘아르키’ 등 신작부터
- 베를린 수상작 ‘알카라스의 여름’
- 비아시아권 영화의 흐름 한눈에

비아시아권 중견 작가와 신인 감독의 신작과 유수 국제영화제 수상작을 포함해 한 해 세계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섹션이다.

애프터 썬
★애프터썬(샬롯 웰스/영국·미국)

평범한 10대 소녀인 소피는 그동안 자신에게 소홀했던 아버지와 단둘이 튀르키예(터키)로 여행을 떠난다. 아버지와 처음으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즐기는 동안 소피는 어떻게든 자신을 즐겁게 해주려는 아버지의 새로운 이면을 보게 되는데…. 성인이 된 소피의 회상으로 시작하는 ‘애프터썬’은 스코틀랜드 출신 샬롯 웰스의 데뷔작으로, 부녀간의 애틋하면서도 감동적인 이야기는 감독이 자신의 아버지와 실제로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데뷔작이라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뛰어난 스토리 구성과 절제되었지만 깊이 있는 연출력을 선보인다.

★여덟 개의 산(펠릭스 반 그뢰닝엔·샤를로트 반더미르히/이탈리아·벨기에·프랑스)

여덟 개의 산
파올로 코네티의 소설을 가져오면서 펠릭스 반 그뢰닝엔은 공동 연출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두 인물이 끌고 가는 원작이 그러하듯 10대 초반에 만난 두 친구의 오랜 연대기는 단순하면서 심오하다. 여덟 개의 산과 바다를 여행하는 자와, 태산의 정상에 오른 자 중에 누가 더 큰 깨달음을 얻었을까? 멀리 네팔을 떠도는 피에트로는, 후자의 삶을 갈망했던 아버지와 산의 무게를 껴안은 친구 브루노의 삶을 생각한다. 다니엘 노르그렌의 애절한 노래가 가슴을 후벼파는 가운데 ‘여덟 개의 산’은 탁한 눈을 씻어주고 영혼을 달래준다.

★아르키(필립 포콩/프랑스·벨기에)

아르키
필립 포콩의 신작 ‘아르키’는 프랑스와 알제리 양 국가에서 금기시 되어온 주제를 다룬다. 아르키란 알제리 전쟁 기간 프랑스 군에 입대해 활동했던 알제리인을 지칭한다. 일정한 직위 없이 마을을 방어하던 무장 단체는 어느 날 프랑스 장교에게 알제리 민족해방전선과(FLN) 맞서 싸우라는 명을 받는다. 감독은 이러한 아르키 집단의 여정을 묵묵히 추적한다. 감독은 프랑스를 향해 반군에 자행했던 고문과 동맹국에 가했던 쓰라린 배반을 정면으로 응시하라고 말한다. 감독에게 아르키는 이 세상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는, 역사의 희생양이며 비극적인 인물이다.

★말없는 소녀(콤 베어리드/아일랜드)

말없는 소녀
1981년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어린 소녀 카이트는 가난으로 그녀를 돌볼 수 없게 된 어머니에 의해 당분간 거의 남이라고 할 수 있는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지게 된다. 생전 처음 본 부부와 함께 살게 된 카이트는 새로운 환경이 낯설기만 하다.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아내 에이블린과는 그런대로 잘 지내지만 무뚝뚝한 남편 션은 이 모든 게 못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카이트의 순수함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어느새 이들 사이엔 떼어놓기 힘든 특별한 우정이 싹튼다. 가슴 시리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휴먼 드라마로 온 가족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룰34(줄리아 무라트/브라질 프랑스)

룰34
시몬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돕는 국선변호인으로 일하기 위해 직업 훈련을 받고 있다. 그러나 밤이 되면 그녀는 온라인 포르노 스타로 변신해 학비를 조달하고, 이제는 위험천만한 변태적인 성의 세계로 발을 들이려 한다. 실수로 포르노 사이트를 방문한 것일까 의심되는 파격적인 도입부를 지나, 불편하고 불쾌할 수도 있는 전개를 닥치는 대로 쫓다 보면 무엇이 도덕적인지, 윤리적인지, 정치적으로 올바른지 판단하기는커녕 비난의 날을 세울 겨를조차 없다.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한계를 허물어 버리려는 듯한 시몬의 행보는 강렬한 자극을 선사하며, 이는 솔 미란다의 눈부신 연기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알카라스의 여름(카를라 시몬/스페인 이탈리아)

알카라스의 여름
3대가 함께 운영해온 복숭아 농장에 지주의 통보가 도착한다. 대가족은 여름을 끝으로 삶의 터전에서 떠나야 한다. 경제적 토대의 몰락과 미래의 불안은 평화롭던 카탈루냐의 알카라스 지역에 바람을 몰고 온다. 가족의 관계에 균열이 일어나고, 농업이 기반인 지역공동체는 위기를 맞는다. 그 와중에 엇나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떻게든 마지막 수확을 완수하려는 아버지의 노력이 눈물겹다. 정의의 문화인 저항의 전통 아래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영화의 목소리는 나지막하다. 비단 알카라스의 문제만은 아니기에 베를린영화제의 지지는 옳다. 지지에 동참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마음속에 소중한 불씨 하나를 피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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