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부문 최주식 씨
- 내 살던 곳 버스정류장서 출발
- 7번 국도서 느낀 해방감 녹여
# 시조 부문 백진주 씨
- 이야기와 리듬 때문에 매력적
- 종장 향한 질주 힘들지만 좋아
# 단편소설 부문 임순옥 씨
- 동화작가 되려고 100번쯤 투고
- 어머니 떠나보낸 뒤 소설 쓰게 돼
# 동화 부문 신희진 씨
- 그만 쓸까 고민할 때 받은 선물
- 공감할 수 있는 사회문제 관심
202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는 전년보다 응모 인원이 눈에 띄게 늘었다. 시 부문은 400명이 1562편(전년도 319명·1292편)을 응모했다. 단편소설 부문은 173명이 177편(전년도 173명·177편), 시조 부문은 137명이 549편(전년도 114명·431편)을 보내왔다. 동화 부문은 152명이 156편(전년도 153명·161편)을 응모해 전년도와 비슷했다. 신춘문예는 부문별 당선인을 딱 한 사람만 뽑는다. 그런 점에서 냉혹한 느낌마저 준다. 그렇게 치열한 과정을 거쳐 202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의 영예를 안은 이들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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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영예의 얼굴들. 왼쪽부터 시 부문 최주식 씨, 시조 부문 백진주 씨, 단편소설 부문 임순옥 씨, 동화 부문 신희진 씨.(장소 협조=부산 연제구 동네책방 책과아이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시 최주식(59·서울) ▷시조 백진주(22·서울) ▷단편소설 임순옥(응모 시 필명 한음·52·부산) ▷동화 신희진(46·서울). 2023년 토끼의 해를 맞아, 더는 문학 지망생이 아닌, ‘신인 문인’의 길에 정식으로 들어서, 활기차게 뛰쳐나갈 당선인 네 사람을 지난 연말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에서 만났다. 사진 촬영은 부산교대 앞 유서 깊은 동네책방 ‘책과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이 서점의 서가에서 진행했다.
■ 시의 최주식
그의 직업은 ‘AUTOCAR KOREA(오토카 코리아)’ 발행인 겸 편집국장이다. ‘AUTOCAR’는 1895년 영국에서 창간된 세계 최초 자동차 전문 잡지다. 1964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상고(문예반 활동을 했다)와 동아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잡지 ‘자동차 생활’ 기자 생활을 시작한 최주식 씨는 약 10년 뒤 ‘AUTOCAR’의 한국판, 그러니까 ‘오토카 코리아’를 정식 창간해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의 당선 작품 제목은 ‘파도는 7번 국도를 타고 종점에서 내려’이고 “부산데파트 앞 버스정류소는 7번 국도의 시작 또는 종점 우리집은 종점이었어”로 시작하는 배경이다. “잡지의 글을 30여 년 쓰면서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있었어요. 시를 읽으면 위로가 되더군요. 젊은 날 쓰다가 그만둔 시를 다시 써볼까 했는데, 공부가 필요했어요.” 그는 지난해 9월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 과정에 들어갔다. “7번 국도가 주는 해방감이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선친께서 1970년대 열렬한 국제신문 독자이셨습니다. 신군부가 1980년 국제신문을 폐간했을 때 정말 분개하셨죠.” 최주식 시인은 “제가 시에서 위로받았듯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시를 쓰고 싶다”고 다짐했다.
■시조의 백진주
“2001년생입니다. 대학 4학년이고요.” 백진주 시조 당선인이 말을 이었다. “문학을 전공한다는 점 말고는, 아직 학생이어서 자기소개할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는 “중학교 때 하굣길에 커다랗고 앙상한 나무가 잔뜩 늘어선 곳에서 새소리가 엄청나게 들려 올려다봤지만 새는 안 보이기에 그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둔 적이 있다”고 들려줬다. 대학생이 되어 우연히 그 사진을 발견했고, 그 이미지를 떠올리며 쓴 작품이 당선됐다. 왜 시조였을까?
“소설·희곡·동화·시·시조를 두루 써보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우고, 창작과제로도 주어지거든요.” 어느 하나 쉬운 건 없지만 그런 쉽지 않음에서 재미를 발견하는데, 좋아하는 장르도 그때그때 바뀌더라고 백진주 씨는 말했다. “운문 장르이면서 막연하고 난해하기보다 이야기와 리듬을 함께 가진 매력”이 그를 시조 쪽으로 이끌었다. ‘종장에서 시조의 음악성·리듬감이 극대화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종장이 제일 힘들죠. 하이라이트이니까요. 그걸 향해 달려온 거니까요” 하고 진지하게 답했다. 백진주 씨는 시조뿐만 아니라 문학 여러 장르에 걸쳐 아주 예민한 감각을 보여줬다. 22살 시조시인 백진주의 탄생이다.
■ 단편소설의 임순옥
단편소설 당선인 임순옥 씨는 현역 동화작가다. 부산에서 활동하며 동화책 ‘강철변신’ ‘꽃샘추위’ ‘자꾸자꾸책방’(공저)을 냈다. 이젠 소설가로도 등단했다. “1971년 경주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자랐고 동아대에서 불어불문학을 공부했습니다.” 대학 졸업 뒤 울산에 살며 노동자 글쓰기 모임, 이오덕 선생의 우리말글 바로 쓰기와 생활글 쓰기 운동을 실천하는 모임에서 오래 활동했다. “2010년께 동화 공부를 시작해 2016년 ‘어린이와 문학’으로 등단했어요. 동화작가가 되고자 투고를 많이 했고, 100번쯤 떨어졌죠. 그 시간이 공부가 많이 됐습니다.” 그가 담담히 말했다. 당선작 ‘마음의 거리’가 갖춘 단단함이 떠올랐다.
어머니의 타계는 소설을 쓰게 된 계기였다. “엄마 떠난 뒤 제 속의 감정을 어찌하지 못해 글로 쓰고자 했어요. 일기, 에세이, 시로 써보았습니다. 동화 형식보다 소설이 나을 것 같았어요.” 그는 추리문학관과 부산작가회의 소설 강좌 등을 들었다. 울산도서관, 부산 금정도서관 등 프로그램도 활용했다. 지금은 부산교대 앞 동네책방인 책과아이들에서 청소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작가의 탄생’에서 지역사회 도서관과 인문 프로그램이 얼마나 중요한지 임순옥 소설가 사례는 보여준다.
■ 동화의 신희진
“기적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동화 부문에 당선된 신희진 씨는 “당선 통보를 받자마자 글 선생님께 바로 전화 드려 소식을 전했다. 심사위원님들 책을 곧장 사서 읽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쁜 소식을 은사에게 먼저 알렸다. 힘들어 ‘이제 그만 써야 하나’ 고민하던 때 ‘계속 쓰라’는 격려의 선물을 준 심사위원 두 분께 고마움을 표현하려고 그들의 책을 샀다. 이보다 알맞은 보은의 표현법은 찾기 어렵다. 은사에겐 공경, 작가에겐 저서를 읽고 호응해주는 사람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신희진 씨는 1977년생 서울 태생이다. “어린 시절 골목대장이어서 책은 아예 안 봤어요. 아버지가 책을 좋아하셨고 집에 책은 많았어요.” 초등 5학년이 되자 ‘골목대장 신희진’은 ‘책 좋아하고 글 잘 쓰는’ 신희진으로 바뀌었다. 유명한 서울 정신여고 문예부에도 들어갔다. 대학·대학원에서 문예창작과 국어교육을 전공한 그는 서울의 해오름평생교육원에서 내는 논술잡지 ‘배워서 남주자’에 오래 글을 쓰고 다양한 글쓰기 강의를 해오다 ‘내 글을 쓰고 싶어’ 3년 전 어린이책 작가 교실에서 배우기 시작했다.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슈가 소비되거나 전시되지 않고 진심으로 전해지고 공감을 얻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신인 동화작가 신희진의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