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문단의 두 작가 작품 각색
- 무용과 접목, 죽음·사랑 풀어내

안락사와 생전 장례식. 삶의 마지막 단락으로 여겨지는 ‘죽음’을 소재로 가족과 사랑의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하는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극단 해풍이 선보인 ‘노을의 무도회’. 지난해 초연한 이후 수정과 보완을 거쳐 올해 재공연한다. 극단 해풍 제공

극단 해풍이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부산 북구문화예술회관 공연장에서 ‘노을의 무도회’(연출 이상우)를 선보인다고 19일 밝혔다.

작품은 안락사를 모티브로 한 정광모 소설가의 ‘마지막 집행’, 생전 장례식을 소재로 삼은 김서련 소설가의 ‘그녀의 무도회’를 각색해 만들었다. 정광모와 김서련은 부산 문단에서 활동하는 중견 작가들이다.

주인공은 안락사 서비스 회사 직원 탁오와 장례지도사 수빈이다. 탁오는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서 버림받고, 아버지마저 일찍 여윈 아픔을 갖고 있다. 그는 어느 날 안락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난 고객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심경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탁오의 친구 수빈 또한 어린 시절을 힘겹게 보낸 인물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나섰고, 여동생은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수빈은 어른이 돼 생전 장례식을 요청한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먹한 사이였던 이들의 관계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연출을 맡은 극단 해풍 이상우 대표는 “작품 속에서 생전 장례식은 진짜 죽음이 아니라 과거의 삶을 마무리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가족의 의미, 따뜻한 관심과 사랑의 중요성 등을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는 부산을 기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들이 참여한다. 주인공 탁오 역은 박성준 배우가 맡는다. 박 배우는 극단 아티스트릿 대표로, 최근 개최된 제41회 부산연극제에서 작품 ‘알고리즘’으로 우수작품상을 받기도 했다. 수빈 역으로는 극단 해풍의 단원인 최민 배우가 출연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 작품은 연극에 현대무용을 접목해 연출적인 재미와 표현력을 더했다. 이 대표는 “경희댄스시어터의 박재현 대표 겸 안무가, 동아트심리연구소의 김동희 발레리나가 참여해 등장인물의 내면을 풍부하게 표현한다”며 “다채로운 예술적 표현과 상상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1년 만들어진 극단 해풍은 2017년 부산 북구에 정착했으며 다양한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연극의 저변을 넓히는 문화예술교육, 시민생활연극 지원 등에도 힘쓰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18년에 북구시민극단 ‘감동진’, 2021년 북구어린이극단 ‘소풍’과 북구실버극단 ‘청춘은봄’, 2022년 북구청소년극단 ‘별숲’의 창단을 지원했다. 이들 4개 단체가 모여 최근 ‘북구연극공동체 온’을 창립했으며, 지난 5월 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문화다양성의 날’ 페스티벌에서 40명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연극 ‘함께 가는 길’을 공연해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