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기초문화재단이 있는 곳은 16개 구·군 중 금정구와 부산진구뿐이다. 두 기초문화재단의 행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가운데, 2020년 7월 출범한 부산진문화재단(이하 재단)이 다음 달로 설립 3주년을 맞게 됐다.

지난 3월 취임한 부산진문화재단 최영 사무처장. 이원준 기자

지난 22일 재단 최영 사무처장을 만나 성과를 짚어보고, ‘문화로 어우러지는 주민, 예술로 풍성한 도심, 문화중심 부산진구’라는 중장기 비전을 바탕으로 한 올해의 역점 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부산진구는 인구가 35만7762명(지난 5월 기준)으로, 부산에서는 해운대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게다가 이곳은 주민의 삶의 터전인 원도심, 청년문화의 중심지이자 최대 번화가인 서면이 어우러져 있다. 거주와 여가, 관광 등 다양한 목적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만큼 문화예술사업이 성공하려면 ‘차별화’가 필수다. 이에 재단은 부산진구를 ▷당감개금 ▷초읍연지 ▷양정 ▷서면전포 ▷가야범천, 모두 다섯 개 권역으로 나누고 맞춤형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 사무처장은 그중에서도 ‘예술인 지역공헌’을 인상 깊은 사업으로 꼽았다.

“전포동의 어르신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든 예술인 팀이 있어요. 어르신들과 같이 노래를 연습해 공연하기도 했고요. 개금동에서는 예술인들이 할머니들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 드리고 함께 벽화를 그렸더라고요. 유지·보수하는 방법도 알려드렸고요. 주민이 주인공으로 참여해 예술인과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낸 거죠. 이 사업은 ‘예술마차’로 명칭을 바꿔 동네에 거주하는 예술가, 주민이 함께 마을축제를 만드는 기획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올해 재단은 서면에 다채로운 색을 입히는 사업에 주력한다. 부산진구는 부산에서 유일하게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가 있는 날 지역특화 프로그램’에 선정돼 총 3억 원을 확보했다. 그는 “권역별로 동시다발적인 연계 행사를 하고, 오는 10월에는 서면에서 전부 모이는 거리예술 축제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재단도 올해를 기점으로 외연 확장에 나선다. 현재 재단 사무실은 부산도시철도 2호선 전포역사 내에 있는데, 당감동에 짓는 ‘백양문화예술센터(가칭)’가 연말께 완공되면 그곳으로 이전한다. 그는 “백양문화예술센터는 100석 규모의 객석이 있는 ‘블랙박스형’ 극장이 포함돼 음악 연극 춤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할 수 있다”며 “전시공간과 아카데미 커뮤니티 기능까지 갖출 예정이라 부산진구의 문화가 더욱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 사무처장은 ‘문화예술에는 관계를 만드는 힘이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문화가 활성화된 지역은 관계를 통해 사회적 안전망, 지속가능한 저변 확대 등의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그런 차원에서 지역 곳곳에 존재하는 예술인의 존재를 환기시키고, 각개전투하던 사람들을 모아 아이디어와 활동을 나누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기초문화재단의 역할은 정말 중요합니다.”

부산 출신인 최 사무처장은 지난 3월 임기를 시작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와 추계예술대학교 예술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문화다움 기획사업팀장, 대구 수성구 문화도시센터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