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 뮐루즈서 눈마주친 여성
- 서로 한눈에 예술가임을 알아봐
- 그를 통해 알게된 행사·파티로
- 현지 공공예술 체험하고 교류도

- 문화단체 주최 핵 주제 세미나선
- 日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관한
- 한국민의 우려 전하고 공유도

7월 9일. 체코 프라하에 새벽 1시께 도착했다. 아침을 먹고 숙소 근처에서 탁본 작업을 했다. 이 길 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나갔을까? 그 사람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만들고 역사의 일부가 되었을까? 이튿날 체코의 작은 성당에서 홍라무 대원의 제안으로 성당 앞에서 퍼포먼스를 했다. 심홍재 유지환 작가가 협업했다. 나는 수백 년 된 성당의 외벽을 탁본으로 기록하였다. 오는 길에는 거리에서 맨홀 커버 탁본작업을 했다. 도시의 기억을 이렇게 나는 탁본이라는 전통적인 기법을 통해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프랑스 국경도시 뮐루즈에 간 첫날 현지 예술가의 안내로 동네 문화 잔치에서 환경·평화를 주제로 퍼포먼스를 하는 홍라무(오른쪽) 유지환 작가. 아츠버스 제공

우리는 스위스 바젤로 향하는 아츠버스(ARTsBUS)에서 큰 성을 보았다. 프라하성이었다. 관광객이 붐볐다. 성 주변, 프라하만의 특이한 맨홀 커버가 있어 탁본 작업을 했다.

7월 11일. 피곤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일찍 잤음에도 오전 9시가 넘어 일어났다. 어제 운전 중 아츠버스 엔진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면서 에어컨이 멈췄다. 정비소를 찾아가니 에어컨 팬 벨트가 파손됐다고 했다. 주문한 부품이 오기까지 하루가 더 필요했다. 다음 날 오전 정비소를 방문해 주문한 벨트로 교환했으나 규격이 맞지 않았다. 일행과 회의 끝에 자동차를 이곳에서 수리하기로 했다. 여기서 고장 난 뒷 트렁크 문을 우여곡절 끝에 열었다. 타임캡슐을 연 듯했다. 4년 전 부산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유럽으로 왔던 첫 번째 아츠버스 예술대장정 때 용품이 그대로 있었다. 물건 하나하나에서 기억이 살아난다. 바이칼 호수에서 라면 끓여 먹던 기억. 버스킹을 위해 쓴 음향 장비. 눈시울이 붉어졌다.

■ 트리 시크리 숲의 신비한 느낌

지난달 13일 체코 ‘트리 시크리’의 숲에서 생명을 표현하는 행위예술을 하는 대원들.

7월 13일. 목요일 체코 ‘트리 시크리(Tri SeKery)’ 마을에서 체코 마지막 퍼포먼스를 했다. 이곳 숲은 수백 수천 년 아름다움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했다. 숲 안 바닥은 푹신한 이끼로 뒤덮여 신비로움이 한가득 나의 맨발을 자극한다. 홍라무 작가와 협업하며 나도 이 숲에 나를 던져본다. 우리는 이 숲에서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일행 모두 한국행위예술가협회 회원들이기에 퍼포먼스라는, 즉흥성을 살린 작업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좋은 장소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 같다. 이 아름다운 풍경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음을 안다. 2019년 7월 첫 번째 아츠버스 예술대장정의 시베리아 횡단 당시 엄청난 산불로 2만6000㎢ 산림이 사라진 것을 목격했다. 경기도·강원도를 합친 것과 비슷한 넓이다. 검게 탄 숲 사이 도로를 2. 3일을 달렸다.

7월 14일. 오전 11시 독일의 그림 같은 알투스리트(Altusried) 마을을 출발해 오스트리아, 스위스를 거처 프랑스까지 12시간 동안 4개국을 지나는 강행군을 하다 난관에 부딪혔다. 에어비엔비 예약 문제로 일행은 아츠버스에서 ‘차박’을 해야 했다. 프랑스는 이날이 혁명을 기념하는 ‘바스티유 데이’여서 불꽃놀이가 한창이었다. 이와 함께 도시의 모든 숙소는 동났다. 새벽 2시쯤 모든 것을 포기하고 호텔 주차장에 차를 세워 쾌적한 호텔 화장실을 쓰며 우리는 차박을 했다.

7월 15일 낮 12시 프랑스 뮐루즈의 숙소에 도착했다. 저녁거리를 준비하며 마을의 조그마한 가게에 들러 매운 고추를 사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작업복 차림의 여성을 마주쳤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 유 아티스트?’(Are you an artist?)”라고 거의 동시에 서로 물어보았다. 이건 뭐지? 그녀의 커뮤니티 아트 사무실이 우리 숙소 바로 앞이었다. 그 예술가의 이름은 로런스 멜린저(Laurence Mellinger), 화가이다.

그녀의 사무실에서 우리는 서로 자신의 작업을 핸드폰으로 소개했다. 그녀는 나를 행사에 초대했다. 그 행사가 1시간 뒤 시작이라고 한다. 우리 숙소 바로 옆 작은 쌈지공원에서 열린다. 나는 팀원들에게 상황을 알리고 바로 행사장으로 함께 갔다. 뮐루즈는 인구 11만 명 정도 소도시이다. 빈집이 많고 그런 빈집을 허물어 작은 소공원도 만들었다. 오후 6시 시작한 행사는 마을 사람이 모여 벽화 완성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벽화 제작은 지역 화가 3명이 마을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아이들과 함께 시안을 만들고 그렸다.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커뮤니티아트가 합쳐진 공공예술이었다. 벽화는 높이 3m 길이 30m 정도 되는 매우 큰 규모였다.

주최 측은 우리에게 퍼포먼스를 제안했고 우리는 흔쾌히 수락했다. 우리 팀은 환경의 소중함을 주제로 홍라무 작가의 부토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심홍제 작가의 서예와 제의 퍼포먼스, 유지환 작가의 문자를 통한 메시지 퍼포먼스, 필자의 먹을 이용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인 STOP #WAR #NUCLEAR #PLASTIC 메시지를 뮐루즈 시민에게 선보였다.

■ 잊히지 않는 ‘아 유 아티스트?“

성백 작가가 체코 프라하에서 탁본 작업을 한 거리의 맨홀 뚜껑.

이날 알제리 출신의 아니시아(Anissa)라는 아마추어 여성 작가가 우리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내일 지역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커뮤니티 파티에 함께 가자고 제안까지 해주었다. 우리는 파티에 함께 가기로 약속했다. 길에서 만나는 인연이 재미있다. 프랑스 뮐루즈 길 위에서 만난 이방인을 서로가 예술가로 인지하고 무엇인가에 이끌리 듯 서로 바라보며 ‘아 유 아티스트?’ 라며 이구동성으로 물어본 것은 지금 생각해 봐도 재미있고 신기하다.

7월 16일. 천천히 이 도시를 탐험해 보기로 한다. 뮐루즈(독일어 뮐하우젠)는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방의 오랭주에 있는 도시이며, 스위스와 독일 국경에 가까운 도시다. 14세기 제국 자유 도시가 됐으며, 그 후 스위스 동맹과 제휴하며 사실상 독립된 공화국을 이뤘다가,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에 편입됐다.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으로 1871년 독일제국에 속했다가, 제1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로 넘어왔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다시 독일에 점령당하기도 했다.

도시는 18~19세기 섬유 공업 발달과 함께 크게 성장했는데, 특히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수입한 면화를 이용한 면방직 공업이 유명했다. 이후 우리가 방문한 Motoco(https://www.motoco.fr) 문화공간도 면방직 회사 DMC가 운영한 공장의 일부다. 뮐루즈에서 마지막 일정을 위해 로런스 멜린저 작가가 공동 작업실로 쓰는 Motoco(https://www.motoco.fr)로 향했다. DMC 가 쓰던 공장을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하는 곳이다. 예술가 140명을 수용하는 큰 공간인데, 현재 20여 명이 상주한다. 작업실은 넓고 높아 대형 작업하기에 좋아 보였다. 1㎡당 월 4유로의 사용료를 낸다.

프랑스 시골길을 배경으로 300여㎞를 달려 오후 라 제네랄(La-Generale)에 도착했다. 라 제네랄은 필자가 속한 ‘아트 인 네이처(ARTinNATURE)’와 2013년부터 문화교류를 해 왔다. 우리가 간 날 핵 문제에 관한 작은 세미나가 있어 일본 후쿠시마에 대한 한국민의 우려를 잠시나마 이야기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도 후쿠시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 우리는 다음 날 대한민국 임시정부 위원부에 가서 사진을 찍고 간단 한 퍼포먼스 성격의 탁본 작업을 했다.

그리고 영화 ‘덩케르크’로 유명한 덩케르크 해변으로 향했다.

▶참여 작가=기획단장 성백(시각·행위예술, 부산) 심홍재(시각·행위예술, 전주) 유지환(시각·행위예술, 서울) 홍라무(부토, 제주) 권영일(사진, 곡성), 배시아(시각·행위예술, 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