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 대상 인문활동 등 토대 닦아
- 관련 저술도 다수…20일 발인

‘민학(民學)’의 이름으로, 부산의 민속·향토사·예술·문화 영역을 평생 깊이 연구하고 널리 보급한 주경업(사진) 전 부산민학회 회장이 17일 별세했다. 향년 84세.

고인이 1994년 발족한 부산민학회는 부산의 향토사·민속학·문화답사·지역예술인 연구의 바탕을 다졌다. 이후 부산지역에서 크게 일어난 현장 인문학, 지역사 강좌, 길 위의 인문학 등 원도심 중심의 시민 대상 인문 활동 또한 고인이 일찌감치 저술·강연·답사·회화 등을 주도하며 터를 다져놓은 데 일정하게 힘입었다. 고인은 타계하기 얼마 전까지, 2021년 홀로 시작한 부산의 포구 80여 곳 답사를 꿋꿋이 이어가고 있었다.

1939년 경남 진해읍(현재 창원시 진해구) 웅천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고인은 국립부산사범대 미술과를 1961년 졸업하고 교사로 일했다. 대학 시절에는 부산교대 음악과 이상근 교수 등에게서 작곡·편곡 등을 사사했다고 고인은 생전 밝힌 바 있다. 1983년 교직에서 물러나 부산에서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1980년대 중반부터 방방곡곡을 다니며 스케치 여행을 했고, 이때 한국 전통예술 세계를 만난다.

1991년 부산 중구 광복동 한일갤러리에서 ‘마애불 개인전’을 연 뒤 그는 전통예술을 더욱 깊이 공부하며 1994년 부산민학회를 창립한다. 이때 그는 한국 민속학의 대가인 심우성 선생 등과 깊이 교류했다.

부산민학회는 부산뿐 아니라 한국 전역을 답사하며 답사자료집만 100여 권을 펴냈다. 시민답사 프로그램 ‘부산을 배웁시다’ 또한 골목 인문학, 길 위의 인문학, 현장 인문학 등 원도심 시민 참여형 인문학 활동의 마중물 구실을 했다. 그는 답사에 나섰다 하면, 평소의 인자한 모습 대신 깐깐하고 꼼꼼한 답사 인솔자로 바뀌었다. 그런 과정에서 부산 향토사에서 잘못 기술됐거나 부적절하게 정리된 내용 등을 바로 잡곤 했다.

그는 부산 향토사·문화사 저서를 부지런히 펴냈다. 시리즈로 저술한 ‘부산을 배웁시다’ ‘부산의 꾼과 쟁이를 찾아서’ ‘낙동강 물길 따라 역사 따라’ 등 책은 수십 권에 달한다. 지자체 역사에 관한 자문과 조언도 많이 했다. 그러나 그가 저술한 책 다수가 개인 출판 형태로 나와 현재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고인과 오랜 세월 교류한 최원준 시인은 “부산민학회를 통해 펴낸 일련의 답사집과 저서 등은 대체로 비매품 형태여서 시중에서 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뜻깊은 자료인 만큼 이를 시민과 공유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별세하기 직전까지 주 선생은 부산 해안의 80여 곳 포구를 답사하고 계셨다. 부산학의 바탕을 다진, 진정한 현장의 민학(民學)자였다”고 말했다.

빈소 부산 동구 수정동 청십자병원장례식장 1호실. 발인 20일 오전 8시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