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홍·조희주·최민경 의기투합
- 프롤로그 ·1막으로 초연해 호평
- “내용 보완해 극적 효과 높일 계획
- 부산인물 조명할 작품 더 만들 것”

“이번 무대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입니다. 외국인이 부산을 위해 이토록 노력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단순 공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 국민에게 사랑의 씨앗을 전파하고 싶습니다.”(부산대 조희주 명예교수)

28일 위트컴 장군 오페라 ‘푸른 눈의 선한 사마리안’을 제작한 김문홍(왼쪽부터) 극 작가, 최민경 피아니스트, 조희주 부산대 음악학과 명예교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지난 12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열린 오페라 갈라 추모 음악회 ‘푸른 눈의 선한 사마리안’은 여러모로 주목을 받았다. 1950년대 한국전쟁 폐허 속에서 누구보다 헌신했고,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한 미국인’으로 불리는 리차드 위트컴 장군의 일대기를 담아낸 이 작품은 한미동맹 70주년과 2030세계박람회 부산유치와 맞물리면서 큰 여운을 남겼다.

오페라 제작의 주역 3인을 만나 제작 과정과 향후 계획을 물었다. 부산대 조희주(음악학과) 명예교수는 작곡을, 소설가·동화작가인 김문홍 작가는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최민경 피아니스트는 무대 및 공연기획을 담당했다. 이들은 모두 ㈔부산창작오페라단 소속이다.

■시각·음악·언어적 요소 더해진 공연

이들은 지난 공연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며 앞으로 발표될 미공개 부분은 극적 요소가 더 강조될 것이라고 했다. 공연은 위트컴 장군이 활약한 한국전쟁 당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가곡이 먼저 펼쳐지고 오페라의 모든 이야기를 20분 가량에 요약한 ‘단막음악극’이 이어졌다. 그 후에 ‘푸른 눈의 선한 사마리안’ 오페라의 프롤로그와 1막이 공연됐다. 2막, 3막, 에필로그는 제작 중이다.

김 작가는 “이번 공연에서 오페라의 전막이 공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트컴 장군의 이야기를 다 담기 어려울 수 있어 전체 이야기를 요약한 음악 단막극을 오페라에 앞서 배치해 장군의 업적을 알리려 했다”며 “성공적으로 위트컴 장군의 업적을 알린 것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최 연주가는 “단막극은 음악이 배경에 깔리며 무대에서 배우가 연기와 대사를 하는 형태다. 무대 뒤편으로 전쟁 당시의 사진자료 등이 펼쳐지게 기획했다”며 “인류애적 측면에서 관객에게 전달이 잘 된 것 같다. 일주일 정도 여운이 있다고 하는 관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음악과 언어, 시각적 요소를 더해 만든 공연이다. 예상보다 훨씬 더 깊은 감정이 나왔다.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만든 것 같아 뿌듯하다”며 “내년 4월께에는 앵콜 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11월께에는 더 많은 내용이 완성된 공연이 이뤄질 것이다. 더 극적인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대표하는 오페라 작품으로”

오페라는 국제신문 오상준 총괄본부장이 지난해 5월 위트컴 장군 40주년 추모식을 맞아 펴낸 책 ‘리차드 위트컴’이 계기가 됐다. 조 교수는 “부산에 공헌한 인물을 조명하는 작품을 고민 중이었다. 낙동강 전선을 지켜낸 월턴 해리스 워커 장군을 고려했지만 현실적인 사정으로 진전되지 못했다”며 “박영근 ㈔부산창작오페라단 상임이사가 오 본부장의 책을 읽고 위트컴 장군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부산과 관련된 인물을 조명하는 공연을 만들 계획이다. 최 연주자는 “부산오페라하우스와 부산콘서트홀 등 문화예술 공연장이 건립 중이다. 하지만 부산을 대표하는 오페라 작품은 없다”며 “부산을 대표하는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공연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부산 출신 조선시대 과학자 장영실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위트컴 장군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 제2 군수사령관으로 부산에서 근무하며 이재민 구호 등 헌신적인 봉사로 장군 계급으로는 유일하게 남구 유엔평화공원에 안장됐다. 그는 “전쟁은 총칼로 이기는 게 아니라 그 나라 국민을 도와주는 게 진정한 승리”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