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詩

몸 안의 슬픔이 너무 많이 사냥당했다- 안민 시집 /여우난골 /1만2000원

2010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해 2018년 제18회 부산 작가상을 받은 안민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안 시인은 김해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그는 시집의 주된 흐름을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에 관한 서사”라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무의식을 탐색하는 불안한 서사의 유랑기이다. 무의식은 인간의 의식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만, 인간의 의식이 쉽게 파악할 수 없는 인간 정신의 근본적 실체이다. 시집의 문장을 흐르고 있는 바다와 안개, 몽롱한 서사들은 새로운 유랑을 떠나는 공포와 불화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 ‘희수’ 넘긴 시인의 동시집

마지막 수업- 하빈 동시집 /김동윤 외 21명 어린이 /그림 호밀밭 /1만3000원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동심을 잃어간다. 그러나 희수(喜壽)를 넘긴 하빈 시인은 여전히 아이의 마음과 시선을 품고 있다. 네 번째로 펴낸 이 동시집에서도 동심 가득한 시인은 궁금증을 달고 다닌다. 어린이의 마음인 그를 ‘철부지 시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분명 애칭일 터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그림도 21명 어린이들이 동시를 읽고 한 장 한 장 그린 작품이다.

동시 ‘비밀의 문’에서 하빈 시인은 삶이 ‘많이 힘들 때’ 따뜻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비밀의 문을 열라고 토닥인다. 비밀번호도 공개했다. ‘별 꿈 꽃 마음’이다. 기억해두자.


# 이스라엘의 팔 인권침해 민낯

팔레스타인 실험실- 앤터니 로엔스틴 지음 /유강은 옮김 /소소의책 /2만3000원

“우리 이름(유대인의 이름)으론 안 된다.” 앤터니 로엔스틴은 유대인 무신론자로서, 전 세계에서 자행되는 유대 국가의 비열하고 잔인한 행태를 자기 이름을 걸고 비판한다. 20년 넘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보도한 저자는 새로운 문서와 관련자를 취재해 팔레스타인에서 자행되는 불법적 감시와 차별, 통제 등 인권 침해의 민낯을 보여준다. 또한 이스라엘의 무기와 점령 기술이 전 세계에 어떻게 파급되고 있는지 통찰력 있게 파헤친다. 저자는 현재 주요 글로벌 방송사와 함께 영화 버전을 준비 중이다.


# 이원수 ‘고향의 봄’을 추억하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이상교 글 /양상용 그림 /봄봄 /1만4000원

1926년 4월, 월간 아동문학지 ‘어린이’에 이원수의 ‘고향의 봄’이 수록됐다. 한국적인 정서와 포근한 분위기를 품은 이 시를 보고, 홍난파가 1927년에 노래로 작곡해 발표했다. 100년 가까이 우리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시이며, 노래다. 이 책은 ‘고향의 봄’을 마음껏 추억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이상교 작가의 담담한 이야기와 양상용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에 아이와 어른이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을 담아냈다. 고향의 의미와 고향이 주는 감성이 잔잔하게 다가오고, 그림은 채색 동양화처럼 펼쳐진다.


# 세계역사 속 욕망하는 사람들

질문하는 인문학 세트(전5권)- 최봉수 지음 /가디언 /세트 4만원

욕망하는 인간이 맞닥뜨린 ‘순간의 선택’이 만든 역사에 관한 책. 독서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이 문자로 보는 유튜브처럼 부담 없이 볼 수 있겠다. 100권 기획, 5권까지 나왔다. 1권 프로와 아마의 차이-천년왕국 서로마 제국이 ‘시시껄렁하게’ 사라지는 순간. 2권 권력자와 지식인의 관계-한(漢)의 몰락, 그 이후 숨기고 싶은 어리석은 시간. 3권 권력자의 계산법-어두운 유럽 하늘에 뜬 두 개의 태양. 4권 권력 승계의 비밀-꼬리에 꼬리를 물고 중국을 관통한 오랑캐의 피. 5권 권력자와 아들-칭기즈칸, 그 이후가 궁금하다.


# 현대미술 전시디자인의 세계

전시디자인, 미술의 발견- 김용주 지음 /소동 /2만4000원

우리나라 전시디자인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김용주 전시디자이너가 10여 년간 전시 경험을 바탕으로 전시디자인의 세계를 소개한다. 저자는 국립현대미술관 공채 1호 전시디자이너이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장욱진전, 이중섭전, 건축가 정기용전 등 화제가 된 많은 전시를 디자인하고 세계적 디자인 어워드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다. 직접 참여하고 진행한 전시를 기반으로 현대미술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 펼쳐지는 다양한 감각과 사유, 난관 극복, 전시디자이너의 고민과 창조 과정을 풍부하고 깊게 이야기한다.


# 기름배 선장 아버지를 찾아서

라스팔마스는 없다- 오성은 장편소설 /은행나무 /1만6천800원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오성은의 첫 장편소설. 영도 연안에서 기름배를 모는 선장 심만호가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뒤 수십 편의 글을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규보는 ‘글’과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통해 아버지가 감춰온 진심과 표정을 어렴풋하게 짐작한다. 대양을 둘러싼 외항 선원들의 이야기, 심 선장의 어머니 성주댁과 규보의 어머니 이야기가 밀도 있게 때로는 서정적으로 흐르며 소설의 균형을 잡는다. “부산 소설이라 해도 좋을 것이고, 해양 소설이라 이름 붙여도 과함이 없을 것이다” (소설가 백가흠)는 호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