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골선비 노상추 일기를 소설로
- 열일곱 나이에 집안 건사 짊어져
- 무과로 전공 바꿔 서른넷에 급제
- 민중 고군분투 담아 사료적 가치

노상추. 1746년 영조 22년에 경상북도 선산의 양반 안강 노씨 집안에서 태어나 무과 시험에 급제하고 무관으로 활동했던 선비다. 김도희의 ‘맹렬서생 노상추의 눈물 나는 과거 합격기’는 노상추의 삶을 다시 불러내 흥미진진한 소설로 들려준다. ‘1권 청년 가장’ ‘2권 활을 잡다’ ‘3권 급제를 쏘다’ 전 3권이다.

노상추는 집안을 건사하면서 동시에 과거 합격이라는 혹독하고도 엄중한 과제와 직면해 있었다. 문과에서 무과로 전공을 바꾸고 서른넷에 무과 식년시에 급제했다. 그림 김보령. JS&D 제공

노상추는 열일곱 살 때부터 여든네 살에 죽기 이틀 전까지 일기를 썼다. 무려 67년 동안 일기를 썼다. 그중 53년의 일기가 현재까지 전한다. 집안이 대대로 일기를 써 할아버지 노계정, 아버지 노철, 노상추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친 100년 기록이 남아있다. 한 가문에서 수 대에 걸쳐 주변 일을 기록하고 보존해 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노상추의 일기를 소설로 재구성한 이 책을 읽으면 조선 시대로 되돌아가는 기분이다. 우리가 지금껏 알던 조선은 실록의 정치적 사건, 현대판 사극,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로 실제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일상생활하고는 거리가 있었구나 하는 것도 느낀다.

양반가에서 태어났으나 노상추는 책장이나 넘기는 편안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의 삶은 극한적 시련의 연속이었다. 노상추가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뜻하지 않게 나이 열일곱에 집안을 책임지게 된 노상추는 뒷마당에 있는 사당에 올라가 조상님들께 기도를 올리며 다시금 다짐했다. 과거에 반드시 합격해서 가문을 다시 일으키고 아버지와 큰형을 대신해 집안의 가장으로서 소임을 다 할 것이라고. 노상추의 나이 이제 열일곱. 위로는 아버지 어머니, 아래로는 아내와 형수 두 조카, 그리고 남동생 완복과 여동생 효명이를 책임지는 가장이다. 노비 열 명을 거느리고 논농사와 밭농사를 지어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며 관혼상제 같은 온갖 집안 대소사를 꾸려 나가야 한다. 노상추는 작년에 아버지가 집안일을 모두 넘겨줬을 때 담담하게 그 책임을 받아들였다.” 큰형이 죽고 난 뒤 실의에 빠진 아버지는 모든 집안일을 노상추에게 맡겼다. 아버지가 무능력하고 무책임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노상추는 ‘효’를 행함에 있어 부모의 뜻을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 하고 또 한다.

노상추는 집안을 건사하면서 동시에 과거 합격이라는 혹독하고도 엄중한 과제와 직면해 있었다. 양반 지위를 유지하려면 반드시 과거에 합격해야 했다. 조선의 선비들에게 주어진 숙명이었고,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고도 낙방하는 선비가 더 많았다. 그러니 오로지 공부에 매진해야 한다. 그런데 노상추는 노비들을 거느리고 농사까지 지어야 했다. 어디에 무엇을 얼마나 심을지 농사 계획은 노상추가 하지만, 노비는 시키는 일만 하니까 노비들이 일을 잘하는지도 두루 살펴야 한다.

이렇게 농사에 신경 쓰면 과거 공부가 엉망이 된다. 가족과 노비를 먹여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과거에 대비해야 하니, 얼마나 고단했을까. 겨우 과거를 치르기 위해 한양을 몇 번 오가면 경비도 만만치 않게 든다. 한양에 살지 않는 시골 선비가 겪는 서러움이었다. 문과 급제는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서 노상추는 무과에 응하기로 한다. 전공을 바꾸고서야 다행히 서른넷에 무과 식년시에 급제했다. 그 과정의 일들이, 노상추의 삶이 눈물겹다. 과거에 합격한다는 것이 개인으로나, 가문으로나, 향촌 사회로나 얼마나 감격적이고 경사스러운 일이었는지 알겠다.

250여 년 전 조선의 인물 노상추. 투철한 유림인 그가 남긴 기록은 학계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지만, 현대적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노상추의 눈물겹고 뜨거운 삶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